정부까지 금호 자구안 ‘쓴소리’…‘즉시매각’ 내몰린 아시아나항공

입력 2019-04-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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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박삼구 자구안 거부...산은 “시장 신뢰 회복 어렵다”

‘정부도 비판적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시장마저 외면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계획안을 반려했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박삼구 전 회장)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채권단이 지금 즉시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에서 떼어내기 위해 여론을 활용,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을 궁지로 모는 모양새다.

◇ 정부·채권단·시장, 자구안에 “실효성 없다” 한목소리 = 산은은 10일 아시아나 채권단을 불러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자구안은 금호그룹이 그룹 일가의 주식을 담보로 산업은행에 5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 핵심이다. 3년 기한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체결하고, 만약 그 기간 동안 경영정상화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최 위원장은 자구안에 대해 “(아시아나에는) 그동안 거의 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며 “또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금호 측에서 과연 어떤 의미인지 이런 것들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그는 “박삼구 회장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한다고 하는데 그럼 두 분은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반응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안은 3년이라는 경영정상화 기간을 줄이거나 더욱 강도 높은 목표 달성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금호그룹의 구체적 자산 처분 방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계획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새로 담보로 약속한 금호고속 지분은 4.8%에 불과하고 3년이라는 시간도 길어 보인다”고 밝혔다.

◇ 여론 등에 업은 채권단, 아시아나 항공 ‘즉시 매각’ 압박 = 이번에 산은이 일찌감치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대중에 공개해 부정적 반응을 확인한 만큼, 채권단은 앞으로 더 큰 목소리로 강한 자구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서는 금호그룹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원활한 현금흐름에도 금호그룹의 ‘돈줄’ 역할을 떠안으며 빚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의 부채 탕감 등 문제는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구책을 내놓느냐를 본 뒤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에서 분리하길 바랄 것”이라며 “지금도 아시아나항공을 눈독들이는 PEF들이 많다“고 말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아시아나항공을 M&A 시장에 내놓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가장 빠른 수순은 금호그룹에서 유동성 확보의 대안 중 하나로 아시아나 매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채권단이 회의에서 굳이 사재출연과 유상증자를 콕 집어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일가의 사재출연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채권단에서는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아시아나를 넘기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구안에서 제시한 재무구조 개선 MOU의 기한을 단축해 아시아나 매각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한을 기존처럼 1년으로 하되, 목표치를 달성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여서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이번 정부와 채권단의 반응은 ‘호남그룹’으로서 금호그룹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금호그룹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비호를 받으며 성장해왔다. 광주여객과 광주택시가 금호고속의 전신이고,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모태다. 최 위원장의 ”(아시아나에는) 그동안 거의 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는 언급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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