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무엇이든 칭찬해 드려요…오픈카톡 ‘칭찬방’ 열풍

입력 2019-04-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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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저 오늘 일어나서 출근했어요~ 칭찬해 주세요~.”

‘어이가 없네?’라는 반응이 절로 나와야 하는 것이 맞는데… 이곳은 달랐다.

“도로에 눕지 않고 출근한 거 칭찬해.”, “추운데 이불 밖으로 나간 정신 칭찬해.”, “놀러가지 않고 출근한 것 칭찬해.”

다소 당황스러운 요구에도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반응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핵인싸, 핫이슈로 불리는 ‘칭찬방’이다.

그야말로 ‘칭찬방’ 열풍이 불고 있다. 오픈채팅창에 ‘칭찬방’을 입력하면 수백개의 칭찬방이 쏟아진다. ‘OO대학교 칭찬방’, ‘직장인 칭찬방’, ‘20대 칭찬방’, ‘경기 칭찬방’, ‘한인 칭찬방’… 다양한 그룹의 끝없는 칭찬 릴레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공책에 찍힌 ‘참! 잘했어요’ 도장이 누구보다도 뿌듯했던 꼬꼬마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그 칭찬에 너무나도 인색해졌고 칭찬을 받는 것도 어색해졌다.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어린이도 어른도 똑같다. 하지만 그 비중은 나이가 들수록 반비례하고, 지시와 질책만 는다.

그런데 이 ‘칭찬방’은 뒤집기만 해도, 일어서기만 해도, 걸어 다니기만 해도 넘치는 칭찬 세례가 이어졌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참! 잘했어요’ 도장이 내 몸 구석구석 찍히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칭찬이 난무한다. 이것이 칭찬받을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내용들도 ‘칭찬방’을 통하면 모두 칭찬이 된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양치해도 혹은 양치를 하지 않아도 그건 칭찬받을 일이다. 자신의 치아를 소중히 여겨서 칭찬, 충치균도 생명! 양치 안하는 결단도 칭찬한다.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했던 콤플렉스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이곳에선. “나는 대머리에요” 외친 한 용자의 외침. “샴푸를 아끼는 정신 칭찬해”, “환경을 생각한 머리 칭찬해” 그는 이렇게 칭찬 한 바가지를 받았다.

직장인인 기자도 ‘직장인 칭찬방’에 입장해봤다. 어떤 이가 올린 “부장이 지X해도 웃었어요”라는 웃픈 문구에 너도나도 칭찬에 나섰다. “웃음 지은 그 입술 칭찬해”, “지X을 웃음으로 갚아준 정신 칭찬해”, “웃느라 애쓴 것 칭찬해” 정말 눈물 나고 고마운 칭찬들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오늘도, 변함없이, 당연한 듯이, ‘칭찬받을 일’을 했다는 것. 나는 칭찬받아 마땅한 존재가 된 뭉클한 느낌. 성취감과 자존감이 무한정 솟아나는 것 같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척박한 일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찾으려는 성인이 늘어나고 있다.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학습지’에 도전한 이들도 그 중 하나다.

‘1+1=2’, ‘2x2=4’. 쉬운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단순한 문제에 집중하면서 복잡한 업무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린다는 생생한 후기들. 맞은 문제에 빨간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넣을 때 왠지 모를 쾌감까지 동반된다고.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는 그 성취감도 실로 오랜만이다. 몇 번씩 반려되는 보고서. D가 찍힌 성적표. 광탈당하는 이력서. 이제 나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이라곤 마음에 박히는 화살뿐인 줄 알았다. 그 문제를 풀던 어릴 적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지금 그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풀어내는 나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돌아온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자존감’을 심어주는 칭찬은 서점에도 자리 잡았다. ‘돈 잘 버는 법’, ‘주식으로 대박 나는 법’ 같은 경제 관련 서적들이 휩쓸었던 때도 지난날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나 자신을 소중하게, 'LOVE YOURSELF'를 외치는 ‘힐링책’들이 서점을 점령했다. 이 책들은 모두 ‘칭찬’을 동반한다. 그러지 않아도 혹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 “잘했다”를 말해주는 친절한 대답들이 즐비하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등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에세이들이 넘쳐난다.

살아있는 나를 응원하는 책이 나를 위한 작은 피난처, 나의 힐링 공간이 된다는 것. 그 문구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잘 자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힘을 들여야 하고, 그것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이유가 된다고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나는 오늘 OOO를 했어요.”

당신은 이미 넘치도록 칭찬받을 일을 했다. 또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그것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자. 잘했다고, 그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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