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환 신부, 55년 헌신 이후 '마침표'

입력 2019-04-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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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환 신부가 55년의 헌신을 뒤로 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16일 전주 중앙성당에서 고(故)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전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3일 영면한 뒤 이뤄진 미사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수도자와 천주교 전주교구 신자 등 1000여명이 자리해 지정환 신부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수도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영면을 위해 기도했고, 장례미사는 엄숙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천주교 전주교구 총대리 박성팔 신부는 "1960년 한국에 들어온 지정환 신부는 가난한 농민을 위해 부안 땅 30만평을 간척해 100여 가구에 나눠줬다"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1964년 6월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설립하고 한국 최초로 치즈 생산에 성공했다"고 존경을 드러냈다.

한편 임실군에 따르면 지정환 신부는 최근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살린 캐사이신 치즈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2017년 임실치즈&식품연구소를 찾아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 치즈 개발을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지정환 신부는 고추와 치즈를 결합한 매운 맛의 치즈와 피자토핑용 재료 개발을 제안했다. 이후 연구진은 임실고추의 우수성에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을 활용해 지난해 5월 매운치즈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연구소는 지정환 신부와 같이 개발한 매운치즈에 대해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시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피자 토핑에 매운치즈를 첨가한 차별화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관련해 이상천 연구소장은 “재작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지 신부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운치즈를 만들어 보자면서 연구소를 찾았다"라고 소회했다. 이어 "매주 수요일마다 연구소에 직접 방문해 연구원들과 함께 개발에 몰두했다”고 강조했다. 임실치즈연구소는 개발에 성공한 매운치즈를 피자토핑용으로 개발해 상용화할 방침이다.

심민 임실군수 역시 "지정환 신부는 생애 마지막까지도 임실치즈 발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매운 치즈를 임실군민들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신부님의 은혜를 모든 군민들이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실군은 지정환 신부의 생전 업적을 기리는 차원에서 치즈역사문화관을 건립할 방침을 수립 중이다. 더불어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임실치즈마을 일대에 가칭 ‘지정환 기념관’ 건립 계획도 세운 상태다.

한편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 태생으로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가난에 시달리던 주민들을 위해 산양 두 마리의 우유로 치즈를 만들면서 임실치즈의 성장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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