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관계 좋을 때 우리 경제도 좋았다”

입력 2019-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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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았을 때 우리 경제도 좋았다”며,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양국 갈등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에서다.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양국 간 대립이 자칫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데 대한 재계의 위기감과 답답함을 토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좌담회는 한일관계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강제징용 배상을 명령한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관계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한일 정재계 지도자 교류 강화, 정부와 기업참여 재단 설립을 통한 법률적 화해 추진 등을 제안했다.

한일관계는 해묵은 독도영유권부터 위안부 문제 등 많은 현안을 두고 늘 갈등과 충돌을 빚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반일(反日)의 기류가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도하는 우경화로 인해 상호 불신은 더욱 심화하고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일본의 혐한(嫌韓) 감정도 위험수위에 이른 상태다.

일본 정부 강경론자들은 공공연히 경제보복까지 거론하고 있다. 또 아베 총리가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따로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관계개선 의지가 느껴지지 않아 건설적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이라면 일본 측의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의도적 한국 배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교역국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다. 만에 하나 수입 제한이나 고관세 부과 등 경제보복이 현실화되면 양국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일본은 작년에만 한국으로부터 241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등의 조달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보복의 가능성은 낮지만 안이하게 판단할 일만도 아니다. 경제보복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식의 대립이 지속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 적지 않은 손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대법원의 절차에 따른 사법적 판결은 결코 부정될 수 없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더 망가지는 상황은 막고 정상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양국 정상과 정부가 직접 나서 냉정한 자세로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도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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