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조립회사인 훙하이정밀공업의 궈타이밍 회장이 17일(현지시간) 대만 대선(총통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궈 회장은 이날 대만 최대 야당인 국민당 당사를 방문해 명예당원증을 받고 국민당 당내 경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대선은 내년 1월 지러진다.
궈 회장의 대선 출마는 여러모로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대만 최고 부호인 궈 회장은 세계 부자 206위에 올라 있다. 현재 보유한 재산만 77억 달러(약 8조7518억)에 달한다. 이 점에서 기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았다는 평을 받는다. ‘대만판 트럼프’로 불리는 이유다. 국민당 당사 방문 때 대만 국기가 새겨진 파란색 모자를 썼는데, 미국 국기가 새겨진 모자를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여론 지지도는 나쁘지 않다. 이날 대만 NEXT TV 보도에 따르면 궈 회장이 출마할 경우 집권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 중 누가 대선 후보로 나와도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 경선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후보다. 국민당 경선을 가정한 조사에서는 한궈위 가오슝 시장, 궈 회장, 왕진핑(王金平) 전 입법원장,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시 시장이 각각 25.4%, 22.9%, 19.1%, 18.6%의 지지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기업가라는 점이 궈 회장의 가장 큰 무기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대만은 지금 소득 격차 확대와 저임금 등 경제 이슈가 주요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궈 회장이 중국 정재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궈 회장은 1980년대부터 중국에 진출해 지방 정부와 손잡고 사업을 확대해왔다. 중국 본토의 여러 공장에서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를 대량으로 고용해 아이폰 등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훙하이정밀의 자회사로서 애플의 최대 협력사다. 중국 본토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영향으로 궈 회장은 대만 기업인이지만 친중 성향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
대만은 경제적 이점을 고려해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해 왔다. 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에 액정 패널 공장 건설을 위해 1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궈 회장의 친중 노선과 미국과의 관계 정립 등이 대선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