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자 동의 있어도 소정근로시간 형식적 단축은 탈법"

입력 2019-04-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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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정액사납금제 폐해 시정"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탈법행위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전합은 18일 이모(53) 씨 등이 파주의 A 택시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 등은 2010년 7월 최저임금법 개정 특례조항에 따라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임금에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수입금 등을 포함할 수 없게 되자 회사 측이 종전 209시간이던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최저임금법상 시간당 최저임금은 산입 범위 내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라가는 구조다.

A사는 2010년 7월 소정근로시간을 1일2교대제 월 184시간, 격일제 월 182시간으로 각각 정해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3개월 후에는 1일 2교대제 월 116시간, 격일제 월 115시간으로 다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이 씨 등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줄지 않았는데도 회사 측이 두 차례나 취업규칙을 변경해 미지급된 각각의 임금 170만~28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1심은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변경한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전합도 원심판단이 옳다고 봤다. 전합은 "초과수입금을 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한 특례조항은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해 택시 운전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특례조항의 취지는 택시 운전 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종래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해 지급되는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당연히 예정한 것"이라며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이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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