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글로비스의 항소심이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18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등에 대한 공판 열어 전 직원 고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 중 한 명인 고 씨는 현대글로비스의 플라스틱 유통업무 담당자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 씨는 구매대행사를 끼고 플라스틱 원료 유통 업체와 실질적인 물품 거래 없이 1000억 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이른바 ‘뺑뺑이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검찰은 구매대행 업체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통로가 아니냐는 취지로 캐물었다.
검찰은 "(플라스틱 거래 과정에서 ) 구매대행 업체를 끼워 넣었다가 갑자기 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신문했다.
이에 고 씨는 “회사에서 플라스틱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계를 축소한 것”이라며 “작지만, 일부라도 마진이 있으니 한 단계라도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그 전까지는 손해를 보면서 불합리하게 구매대행 업체를 둔 것인가”라고 추궁하자 고 씨는 “혼자 업무를 보느라 그 많은 업체를 다 쫓아다닐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고 씨가 구매대행 업체에 소개한 원료 유통 업체들이 실물거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지를 물었다. 이에 고 씨는 “실제로 물건이 없었는지는 전혀 몰랐을 것”이라며 “(물건 이동 없이) 거쳐 가는 것은 일반적인 유통 관행”이라고 답했다.
고 씨는 허위 계산서 발행 혐의와 거래 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등 청탁을 받고 총 6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고 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 벌금 105억 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현대글로비스는 벌금 70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의 분리 결심 요청을 받아들여 이달 23일 우선 선고하고, 고 씨와 현대글로비스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시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