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입력 2019-04-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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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차이, 없애기보다 받아들이기

남학생들의 성적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성적 부진을 두고 “평균적으로 그들은 산만하고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의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는 남학생들의 부진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양성 평등이란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입에 올리기 힘든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오늘날 학교들은 점점 더 감성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흐름은 여학생들에게 잘 맞을지 모르지만 남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마다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남학생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해법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휴식 시간의 비중을 낮추고, 처벌 성격을 띤 무관용 정책들을 도입하고, 성별 분리 학습에 반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양성 평등의 거대한 물결은 건강한 남자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보일 수 있는 행동조차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남학생들이 보일 수 있는 가벼운 일탈 행위에 대해서도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처벌이 떨어진다. 지난 20년간 젠더 학자들은 열정적으로 남자 아이들의 남성적 성향을 버리도록 재사회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달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젠더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남학생과 여학생은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왜 자동차 정비를 하고 건축을 하고 항공을 다루는 직업학교에는 여학생이 적은가?”라며 양성평등 학자들과 자신이 다른 점을 분명히 한다. 양성평등론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조사 결과 여학생들이 그 교육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주입된 남성과 여성의 정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며 사회구조적인 이유를 든다. 저자는 양성평등론자와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남자 아이들은 어른들을 자주 불편하게 만든다. 집단으로서 남자 아이들은 시끄럽고, 산만하고, 툭하면 싸우고, 통제하기 힘들다. 반면에 여학생들은 지시를 고분고분 따른다. 주의 깊게 들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눈에 이탈행위를 보일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 남자 아이들의 특성을 경쟁과 모험에 익숙한 남성성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드물다. 저자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진실을 말한다.

그는 “소년들은 야외에서 위계 구조가 확실한 큰 무리를 이뤄 논다. 반면 소녀들은 작은 무리로 혹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논다. 소녀들의 사회적 삶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중심이 된다. 집단 내에서는 친밀감이 핵심”이라고 서술했다. 때문에 남자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교육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이런 환경 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구조적으로 서로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과 정책가들은 은연 중에 지나치게 평등이란 기준으로 남학생들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는 규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양성평등론자들을 중심으로 남자 아이들의 타고난 본성과 전쟁을 선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학생들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돕는 일은 차이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돼야 한다. 성별 간의 차이를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명확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학계는 교육과 관련해 지나친 평등 정책이 여학생보다는 오히려 남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입혀왔음을 인식하고 그 대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남학생들의 부진이 뚜렷한 현상으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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