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금리인하’ 신호, 한국의 딜레마

입력 2019-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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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금리인상 기조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미달하는 상황과 관련해, Fed가 금리인하 조건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이 2%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Fed 주요 인사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Fed 통화정책의 일대 전환이 예고된 것에 다름 아니다. 당장 이달 말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Fed는 그동안 시장에 금리정책 신호를 미리 내보냈다. 이번 ‘금리인하 조건’ 언급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Fed는 지난해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12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2.25∼2.50%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2019년 말까지 세 차례 추가인상 계획을 밝혔다. 그랬다가 올해 1월 FOMC회의 성명에서 종전의 ‘점진적 추가인상’ 문구를 삭제하고 금리를 동결했다. 이어 3월에 다시 동결하고, 연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제 금리인하를 얘기하는 단계까지 왔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0%보다 낮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통화정책의 급격한 선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Fed의 금리인상에 대한 비난과 함께, 양적완화를 압박하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금리인하가 가시화할 경우 한국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금리정책은 경기변수, 가계부채, 부동산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미국 금리 상단은 우리 금리보다 0.75%p 높다. 아직 금리정책의 유연성이 있고, 최근까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을 강조한 배경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론은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더 나쁘다. 세계 경기침체와 보호무역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수출·내수는 최악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1월 전망치 2.6%에서 다시 2.5%로 낮췄다. 민간 연구기관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더 비관적이다. 정부가 내놓을 6조∼7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의 경기진작 효과도 의문이라는 진단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시급하다.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의 딜레마적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는 성장·생산·소비·투자·물가·고용 등 경제 전반의 거시변수를 모두 살펴 결정돼야 하고, 이들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금리인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에 대한 공포가 금리정책을 왜곡하고 있다. 왜곡된 금리 운용은 경제를 더 엉망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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