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받는 사람 10명 중 5명은 은퇴 후 소비 수준이 현역 시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류층에 속해 있다고 믿고 있던 수급자 90%는 은퇴 후 자신의 계층이 하락했다고 느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2일 발표한 '국내 국민연금 수급자의 은퇴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의 현재 노후 생활비용은 월평균 20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자료는 국민연금 수급자(65~74세) 65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최소 노후생활 비용(183만 원)보다는 많지만, 여가생활 비용 등을 포함한 적정 생활비용 264만 원에는 한참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받는 돈이 적어지다 보니 은퇴 후 씀씀이는 반 토막이 났다. 응답자의 48.6%가 현재의 소비 수준이 은퇴 전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답했다. 30% 밑으로 줄었다는 응답자도 15.8%나 됐다.
얇아진 지갑에 계층 하락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은퇴 전 자신을 상류층으로 생각했던 10명 중 9명이 계층이 밀려났다고 답했다. 중산층(81.3%)이나 저소득층(6.3%)이 됐다는 것이다.
은퇴 생활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중 75.7%는 50만 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원 넘게 받는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이에 대부분의 수급자는 예적금(50.2%)과 근로소득(42.6%)에 의존하고 있었다.
부족한 생활비를 통장에서 빼 쓰다 보니 금융자산 예상 소진 나이는 평균 82세로 조사됐다. 자녀가 없는 경우는 그 시기는 76세로 훨씬 빨랐다.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연금(19.9%)과 건강보험 상품(18%)을 꼽았다. 소득별 로 살펴보면 중산층은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을, 저소득층은 건강보험을 가장 선호했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 활동 참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제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울러 자아실현을 통한 감성적 충족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