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의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일단 오늘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놔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당 회의에서는 “지금은 분열하고 싸울 때가 아니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말할 때”라며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동요 말고 지도부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정원은 총 9명이지만 현재는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2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당초 손 대표는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할 계획이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빚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를 정상화하고, 자신을 향한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미룬 것은 ‘반대파’에 대한 강경대응 수순을 한 템포 늦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만은 분명히 했다. 그는 “저는 대표직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한다는 믿음 하나 때문에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손학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바른미래를 위해 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못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국회 신속처리 안건 지정)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협상 타결 후 당내 여론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나머지 최고위원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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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미 절정에 달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쉽게 수습되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향후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더라도 최고위원회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당원 전체를 대표한다는 정당성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더 큰 혼란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손 대표의 ‘결단’이 없이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길어지고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럽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최근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태규 의원도 “손 대표가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서 당의 공감대를 만들든지, 그게 아니면 결단을 내리든, 전당원 재신임을 묻든지, 정도를 걷는 것이 좋다”며 손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