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전기자동차·배터리 수요가 둔화하면서 그 여파가 서구권까지 미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벨기에의 유미코아가 어닝 쇼크를 예고하면서 관련 기업들까지 주가가 크게 내려앉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벨기에 브뤼셀 증시에서 유미코아 주가는 전일 대비 17.33% 폭락한 35.92유로(약 4만6081원)로 마감했다. 낙폭은 1991년 상장 이후 최대였다.
이날 폭락은 유미코아가 중국과 한국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예상보다 낮은 실적 전망을 제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유미코아는 올해 영업이익을 약 5억6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 예상보다 약 11% 적은 수치다.
유미코아는 “최근 수개월간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의 수요가 악화했다”며 “중국의 경우 전기차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보조금 축소가 현지 전기차 판매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기차 버스 부문에서도 같은 추세가 보인다”고 실적 저망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는 일련의 안전 사고로 기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문을 닫고 새 설비 생산도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유미코아는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제와 배터리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연간 약 1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미코아 쇼크’는 이날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북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에 상장된 리튬 생산 상위 3개사 시가총액이 이날 총 10억 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유미코어의 3대 고객 중 하나인 앨버말(Albemarle) 주가는 장중 5.5% 급락하고 나서 3.8%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동종 업체인 라이벤트 주가도 4.5%, 소시에다드퀴미카미네라데칠레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1.6% 각각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6일 전기차 보조금을 종전 대비 절반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현지 수요 둔화를 우려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리튬 생산업체들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유미코아의 경고가 나오자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애널리스트들의 집중 분석 대상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미코아 사례는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업체들이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