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임원들의 고액 보수를 겨냥한 창업주 손녀의 비판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로이 디즈니 창업자의 손녀이자 영화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디즈니 임원들의 고액 보수를 두고 “미쳤다”고 일갈했다. 트위터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작년에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해 총 6560만 달러(약 760억 원)를 챙긴 데 대한 작심 발언이었다.
애비게일은 이것이 디즈니 중간 근로자 연봉의 1424배에 이르는 액수라며 “어떤 기준으로든 1000배가 넘는 임금 격차는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원들이 받아가는 보너스의 절반을 내놓으라”며 “그걸로 디즈니 월급 기준 하위 10%에 속하는 20만 명에게 나눠주라”고 제안했다. 그는 “임원들이 보너스 절반을 내놓아도 그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최하위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빈곤이나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고 꼬집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세운 디즈니랜드를 놀이터 삼아 자란 애비게일은 회사가 커가면서 경영진이 배를 불리는데 대해 회의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아버지가 개인용 제트기를 가졌을 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대학에 다닐 때도 운전기사가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게 사치스럽다고 여겨져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 달라고 할 만큼 상류층에 대한 반감이 컸던 그녀다.
애비게일은 회사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디즈니 측이 “올초 최저 시급이 15달러로 인상돼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 시급인 7.25달러보다 많이 지급하고 있다”고 하자 애비게일은 디즈니가 최고 실적을 거둔 사실을 언급하면서 “충분하지 않다. 임원들이 거액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 성실히 일한 근로자들도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응수했다. 디즈니는 2018회계연도에 매출 594억3400만 달러, 영업이익 157억600만 달러 등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애비게일의 날선 비판에 디즈니는 “그동안 시간제 근로자가 대학에 무료로 다닐 수 있게 한 것을 포함해 급여와 복지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면서 “시간당 임금도 15달러로 인상했고 직원 교육에도 1만5000달러를 지출했다”고 답했다.
디즈니 대변인은 “아이거 CEO에게 제공한 보수는 90%가 성과에 기반한 것”이라며 “아이거가 취임한 2005년 주당 24달러였던 주가가 132달러로 올랐고 디즈니 시가총액도 지난 1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달에만 750억 달러 늘었다”고 항변했다.
애비게일은 10여년 전부터 뉴욕 주정부와 주의회에 자신을 포함해 상위 1%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여러차례 청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