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K-뷰티 선두주자 자리를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신장한 반면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분기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특히나 지난해 2분기부터 역전된 두 회사의 매출 순위가 4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매출이 1조 6425억 원에 그친 반면 LG생활건강은 1조 8748억 원의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이 1.3% 줄어드는 동안 LG생활건강은 13%나 성장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 양사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6.3% 줄어든 20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이 13.5% 증가한 322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양사는 브랜드숍(로드숍)의 위기와 중국 사드발 악재를 똑같이 겪었음에도 실적에서는 지난해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분기 매출 1조6525억 원을 기록하며 1조5536억 원에 그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처음으로 따돌린 이후 4분기째 분기 매출 1위 수성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이 1년 동안 계속되자 뷰티업계에서는 ‘K-뷰티 최강자’ 수식어가 LG생활건강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부문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LG생활건강을 ‘K-뷰티 최강자’로 명명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양사의 순위 바뀜을 비(非)뷰티 계열사가 갈랐기 때문이다.
1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비뷰티 계열 실적은 매출 400억 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등 음료로 대표되는 비뷰티 계열 매출이 3337억 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아모레퍼시픽의 비뷰티계열 매출과 맞먹는 325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양사의 뷰티계열 매출액 격차도 매년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1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뷰티계열 매출은 1조719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을 웃돈다. 이는 비뷰티계열에서 마이너스 매출과 연결기준에 따른 중복 매출을 제외한 결과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이 거둔 뷰티계열 매출은 1조5410억 원이다. 매출로는 1785억 원 차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이 앞서지만 전년동기 대비 격차와 비교해보면 LG생활건강의 추격은 위협적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전년 동기 1조72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당시 LG생활건강은 1조3424억 원으로 양사는 3800억원 이상 뷰티계열 매출의 차이가 났다. 불과 1년만에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요 계열사 중 설화수, 라네즈 등 그룹 대표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만이 그마나 매출이 신장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은 브랜드숍 위기를 대변하듯 나란히 실적이 부진했고 에스쁘아,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널 등도 줄줄이 실적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LG생활건강은 검증된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주에도 세계최대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직접판매회사인 뉴에이본(New Avon)을 인수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000억원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음료 등에서 고른 매출을 기록한 것도 강점이지만 최근에는 주력분야인 화장품 분야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며 “뉴에이본 인수에 따른 해외 매출까지 반영되면 양사 화장품 사업 순위가 뒤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