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밀린 월세에 맛집도 야반도주”....이태원 중대형 상가 넷 중 하나 ‘텅텅'

입력 2019-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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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4-2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기자가 찾은 서울 이태원역 주변에는 건물 통째로 공실인 상가가 여럿 있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지난 주말 기자가 찾은 서울 이태원역 주변에는 건물 통째로 공실인 상가가 여럿 있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이태원 프리덤 저 찬란한 불빛…”(UV, ‘이태원프리덤’)

유행가로까지 만들어졌던 ‘핫플레이스’ 이태원이 찬란함을 잃어가고 있다. 상권 침체로 중대형 상가 네 곳 중 한 곳은 텅텅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찾아간 이태원에서는 대로변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는 상가가 눈에 띄었다. 인근의 한 상인은 “텅 빈 건물은 건물주가 20평 점포 월 임대료 3500만 원을 고수하는 곳이다”며 “저렇게 텅 비어있으면 상권 분위기를 더 죽이는 것이어서 주변에서 장사하는 입장에서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30년간 의류 장사를 해온 A 씨는 “이태원에서 알아주는 빵집이 밀린 월세 때문에 야반도주한 일도 있었다”며 “지역 특색을 살려주던 맛집들이 자리를 못 지키고 나가는 형국이니 외지인을 끌어들일 유인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고 한탄했다. 실제 기자가 찾은 이태원 거리에는 국내 미식 전문가들의 맛집 인증인 ‘블루리본’ 식당들도 자리를 뺀 상태였다.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 해주던 외국 식당이 빠지고 이를 프랜차이즈가 채워나가자 이태원의 본래 매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쇼핑 매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태원역 바로 붙어있는 4층짜리 상가건물은 1~3층까진 점포가 차있었지만 4층은 점포 3~4개 정도를 제외하고 텅텅 비어있다. 상가 운영 측은 “텅 비어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입점이 예정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상가에서 장사 중인 한 상인은 “리모델링 후 1년째 저렇게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기자가 찾은 이태원역 인근 한 4층짜리 상가건물은 1~3층까지 점포가 채워져있었지만 4층은 3~4점포를 제외하곤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지난 주말 기자가 찾은 이태원역 인근 한 4층짜리 상가건물은 1~3층까지 점포가 채워져있었지만 4층은 3~4점포를 제외하곤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신철 기자 camus16@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3%로 조사됐다. 공실률이 불과 6년 전인 2013년 1분기 3.3%에 비해 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역 상인들은 상권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건물주들이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용산 미군 부대의 평택 이전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건물주들이 이를 임대료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이 모범적인 건물주로 소개한 구 씨는 인근 건물 대비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하며 공실 없는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구 씨는 “지역에 오랜기간 있던 건물주들은 지역 상인과 함께 호흡하며 임대료를 높게 올리지 않았다”며 “이태원이 확 뜰 때 상가 건물을 매수한 외지인이 많이 있는데 이 경우 세입자의 현실은 잘 모르고 당장 이익을 쫓으려 임대료를 높게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입자가 높은 임대료에 질려 떠나면 상권도 함께 죽는 것이다”며 “건물주들이 단합해서 세입자와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면 상권도 살리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갑자기 확 뜬 경리단길의 경우 상권이 가진 여건에 비해 임대료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결국 지금 같은 상권 침체 상황을 맞게 됐다”며 “미군 기지 이전이 이태원 유동인구를 확실히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향후 이전 부지에 대형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기 때문에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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