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생각해본다

입력 2019-04-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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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저평가), 디스카운트 하는데 예전에는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은 북한이 아닌 오너리스크가 아닐까 합니다. 과거엔 이병철 없는 삼성이나 정주영 없는 현대를 생각해보지 못했죠. 하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보세요.”

한 외국계 투자은행 본부장이 점심을 같이하면서 꺼낸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대한항공 오너가의 갑질 논란이나,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사결정 참여를 말하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이슈, 최근 재벌 3세들의 마약 연루사건 등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잘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5월 대신증권은 남북관계 개선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글로벌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20%포인트 축소시킬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행태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해 7월 KB증권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투자자가 정당한 주주가치를 받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한국 증시의 만성적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정치적 문제에도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동물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국회 선진화법은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측에서 휴지조각을 만들었고, 독재시대 그 권력을 휘둘렀던 세력의 후신들이 독재타도를 외치는 모습은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는 아니지만 민주화운동의 끝무렵을 살았던 587세대인 필자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이들의 극한투쟁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권자에게 밉보이기 어렵다는 점일 게다. 더군다나 패스트트랙 안건엔 지역구 축소도 포함돼 있다. 목줄을 쥐고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때만 무릎을 꿇지 평상시엔 국민을 향해 갑질을 해대는 셈이다.

해방 후 산업화와 민주화 경험은 우리에게 모두 소중한 자산이다. 산업화에는 재봉공장에서, 가발공장에서 피땀 흘린 우리 세대의 누나와 형들의 희생이 있었다. 북녘 고향에서 소 한 마리 끌고 내려왔던, 당시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조선소를 만들고자 하니 배를 주문해 달라”며 세계를 누볐던 고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가 정신도 있었다. 민주화에는 유신시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을 거치며 쓰러져간 수많은 제2의, 제3의 박종철과 같은 희생이 따랐다.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중도에 정권을 교체해 냈다. 피를 보지 않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사실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젠 그런 힘이, 그런 의식이 경제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산업화도 민주화도 한 단계 더 성숙시켜야 할 단계라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겠다.

기업가 정신을 상실한 재벌 3세,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려는 정치인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다. 교체가 마땅하다. 다만 이들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전 세계 경영자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경영자이자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의 저서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에서 “재능을 활용하는 것은 마음이다. 능력을 발휘하려면 올바른 사고법이 꼭 필요하다. 마음은 없고 능력만 있는 사람은 재능에 휘둘려 반드시 실패한다”며 “정의, 공정, 공평, 노력, 겸허, 정직, 박애의 윤리관을 가져라”라고 조언한다.

다시 앞의 외국계 투자은행 본부장의 말을 이어가고자 한다. “두고 보세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계기로 굴지의 대기업에 오너가 꼭 경영을 해야 하나 하는 인식이, 오너가 없어도 되겠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할 겁니다. 아울러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할 겁니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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