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속으로] 금감원의 진정한 위상과 역할

입력 2019-05-01 17:33 수정 2019-05-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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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검찰에서 20년, 금감원에서 7년 근무한 경력 때문에 간혹 “검찰, 금감원을 비교하면 어떠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대개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다”라고 얼버무리지만, 사실 속마음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데, 국회나 언론으로부터 일 못한다고 밤낮 깨지는 게 공통점이고, 차이점은 검찰은 국회의원 등이 잘못하면 구속할 수 있지만 금감원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농반 진반이지만 사실 금감원의 위상이 그러하다.

검찰은 국가기관으로서 기소나 공소 유지, 형 집행에 관해 대체불가한 조직이고 법에 근거한 권한이므로 갑의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체 가능하거나 분리 가능한 조직이고, 금융위로부터 권한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일종의 ‘하청업체’이며, 금융위설치법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을’일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 격인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해 감독, 예산 및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것은 법에 의한 것이니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방패 역할을 하기보다는 금감원을 견제하거나 권한을 제한하는 데 더 방점을 두는 것은 아쉽다. 그 결과 금감원은 원청업체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부터도 우호적인 시각이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법원, 경찰, 국정원 등 법률에 따른 유기적 관계가 있으므로 반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우군도 있다.

언론도 금감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법조 출입기자들은 고참이 많고 법조 기사의 비중 때문에 검찰 관련 기사 중 팩트를 무시한 비방 기사는 거의 없다. 그에 반해 금감원은 출입 언론사만도 100곳에 달하고, 기자실, 브리핑실 등 공보실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매주 홍보협의회를 거쳐 보도자료까지 양산하면서 기사 취재의 부담을 덜어주는데도, 금감원에 대해 좋은 기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잘못 이상으로 과하게 비난받는 기사를 간혹 보게 된다. 특히 몇몇 메이저 언론들은 금감원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는 쓰지 않는 불문율이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금감원 내부에도 분명히 그 책임이 있다. 금감원 임직원 중 일부는 이상하리만치 기자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애를 쓴다. 기자들은 ‘불가근불가원’이라는 게 통념인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자신들이 기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고 친분으로 기사 내용을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 착각에 더해,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기자들을 상석에 앉히고 저자세로 굽신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호적인 기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금감원의 문제점은 외부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부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 작년에 금감원장 임명 파동 과정에서 실세 원장으로 금감원 위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직원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위상이 달라진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는 직원들 속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맡은 업무의 중요성,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자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식은 나이를 불문하고 별반 다르지 않으니, 아마도 패배감이나 무력감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시류에 맞춰 영혼 없이 감독업무를 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 축적된 양정례를 벗어난 과도한 제재를 통해 금융기업에 군림하려는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기업은 무조건 악(惡)이라고 생각하는 접근방식도 버려야 한다. 금융시장의 건전한 감시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원장이나 임원이 바뀌면 매번 시스템이나 부서 명칭을 바꾸는 데 더 골몰한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업무만을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잘것없어 보이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작은 업무를 충실히 처리하는 데서 감독원의 신뢰와 권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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