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부터 편의점 된다던 제로페이…강남‧여의도 10곳 중 1곳만 'OK'

입력 2019-05-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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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편의점 중 단 3곳만 결제 가능…준비 미흡에 직원‧손님 모두 우왕좌왕

▲시행 첫날, 제로페이 포스터를 부착하지 않은 편의점이 많아 소비자는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홍인석 기자 mystic@)
▲시행 첫날, 제로페이 포스터를 부착하지 않은 편의점이 많아 소비자는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제로페이요? 카드 결제하는 게 더 빠를 건데요?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는 분도 오늘 처음이네요.”

정부가 2일부터 전국 4만3000여 개의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달랐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여의도 일대와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CUㆍGS25ㆍ이마트24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 22곳 중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편의점은 3곳에 불과했다.

결제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편의점도 준비는 허술했다. 제로페이 가맹점 포스터를 붙인 곳은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당산역 근처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이모(28) 씨는 “(제로페이) 가맹점 포스터가 매장에 있긴 하지만, 아직 붙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급한 일도 아니고, 찾는 사람도 없잖아요."

▲제로페이 포스터를 부착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도 제로페이 결제를 알고 있는 직원들은 드물었다.(홍인석 기자 mystic@)
▲제로페이 포스터를 부착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도 제로페이 결제를 알고 있는 직원들은 드물었다.(홍인석 기자 mystic@)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지난 4개월여 동안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초에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서비스인 만큼, 가맹점들의 대부분이 영세한 게 사실.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와 4만여 개가 넘는 편의점의 서비스 참여는 제로페이의 성공적인 확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됐다.

그러나 서비스 첫날, 강남과 여의도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가 뭐냐”라고 되묻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여의도 한 편의점 직원 강모(46) 씨는 “그게(제로페이) 뭔지도 잘 모르고 관련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전국 편의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것도 지금 알았고, 그걸로 결제하겠다는 사람도 손님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일부터 전국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산 구축이 안 된 편의점도 있었다. 일부 편의점 직원들은 오늘부터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산 구축이 안 됐다면서 카드 결제를 권유했다.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최모(52) 씨는 “현재 결제 단말기에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항목 자체가 없다"면서 카드나 다른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물건값을 내라고 말했다.

편의점과 더불어 오늘부터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던 주요 프랜차이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에서 제로페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정은 편의점과 다를 게 없었다. 제로페이 가맹점 포스터가 붙어있는 한 빵집을 찾아 제로페이 결제를 요구하자, 직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라고 서로에게 묻기도 했다.

▲정부는 2일부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기자가 찾아간 편의점 22곳 중 3곳만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정부는 2일부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기자가 찾아간 편의점 22곳 중 3곳만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특히, ‘프랜차이즈 직영점과 가맹점’을 구분하기 어려운 소비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사원 이현경(31) 씨는 “배스킨라빈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은 안 된다고 결제를 거부해 당황했다”면서 “사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불만스러워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정책과는 “일부 편의점에서 전산 오류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전산구축은 되어 있는데 직원이 잘 몰라 미흡하게 대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및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의가 끝난 만큼, 향후 교육을 통해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가맹점 포스터의 경우 '제로페이 간편결제 사업추진단’에서 만들어 매장에 배포하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붙이지 않으면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본사, 가맹점주에게 포스터 부착을 우선적으로 독려하고, 차후에는 가맹점까지 제로페이 결제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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