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무줄 입찰제도'에 건설업계 ‘부글부글’

입력 2019-05-07 05:00 수정 2019-05-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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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지난 2년간 운영하던 공공택지 입찰 제도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LH가 토지매각에만 집중해 일관성 없는 입찰제도 운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가 조성된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입지에 따라 매각방법을 달리하면서 페이퍼컴퍼니 등의 문제를 양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건설사들은 택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택지공급은 꾸준히 감소세다.

LH가 최근 5년간 공급한 공동주택 용지 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2014년 782만6000㎡, 2015년 694만9000㎡, 2016년 408만4000㎡, 2017년 109필지 409만㎡, 2018년 109필지, 415만㎡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LH가 2월 발표한 ‘2019 공급 예정인 공동주택 용지’는 83필지, 337만㎡로 지난해 대비 20% 이상 줄었다.

때문에 일부 택지의 경우 건설사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대거 동원해 입찰에 몰리며 수천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LH는 이같은 입찰 제도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지난 2017년부터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회사의 1순위 자격 요건을 최근 3년간 주택건설 실적이 300가구 이상인 곳으로 제한했다. 공동주택용지의 당첨확률을 높이려고 실체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용지 분양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최근 공공택지 입찰에서 과열 양상이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LH는 올해 부동산시장이 관망세에 빠지자 이같은 규정을 슬그머니 완화했다.

LH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300가구 이상 분양 실적을 가진 건설사들만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왔다”면서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입지별, 건설사별 차이가 커지면서 올해는 지역본부에서 현장 여건을 감안해서 운용하도록 하면서 규정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LH가 토지매각률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입지별로 입찰방법을 달리하면서 페이퍼컴퍼니와 분양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LH가 추첨을 진행한 ‘양주신도시 공동주택용지 4개 블록’의 경우 각각 500∼6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벌어졌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LH가 경쟁률을 높이고 유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를 일괄 입찰에 붙이지 않고 며칠~1주일여의 시간차를 두고 입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LH는 입지에 따라 잘 팔릴만한 곳은 실적을 포함한 경쟁입찰에 붙이고 더 좋은 역세권이나 산업단지는 최고가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반면 입지가 좋지 않아 유찰의 위험성이 높은 곳은 수의계약을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입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이로인해 오른 택지비가 모두 분양가에 포함되는데 시민단체나 일반 소비자들은 건설사만 원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의 이같은 행보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커지면서 일부 택지의 매각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입찰에 들어간 경기 김포시 통진읍 마송지구 공동택지용지의 경우 교통여건이 좋지 않고 주택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경쟁 입찰이 형성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LH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이같은 LH의 고무줄 입찰방식에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 밖에 없고 일부 증권사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소규모 건설사들의 경우 수 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 증권사들에서 몇주단위의 단기 대출을 받아 입찰보증금을 내고 있다. 문제는 단기 자금으로 빌리는 만큼 수수료가 일반 시중은행 대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는 택지를 사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페이퍼컴퍼니는 동원해 택지를 사면서 자금여력이 있는 다른 건설사가 보증금을 대납하고 해당 택지에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분양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LH의 토지 입찰 제도가 일관성 있게 진행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지 오래인데 공기업들은 토지수용권을 행사해 땅 주인으로부터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땅을 사들여 건설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오른다”며 “LH가 토지 매각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입찰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분양가 인하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LH는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공동주택용지는 추첨방법으로 공급하고 주상복합용지는 상업부문 등만 일부 일찰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공동주택용지 신청을 위한 신청예약급 납부의 경우도 현금 대신 건설공제조합에서 발급하는 보증서로 대납 가능해 건설업계의 우려는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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