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현병 공포’ 키운 정부

입력 2019-05-06 18: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신질환자에 ‘관리 대상’ 낙인... 통제 아니라 치료 유도해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안 모(42) 씨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안 모(42) 씨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대해 국가책임제 수준의 관리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정신질환자=잠재범죄자’라는 인식을 만들어 정신질환자들을 숨게 만들 소지가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범죄율 3.93%에 비해 크게 낮지만(대검찰청 2017년 범죄분석), 돌발행동 등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국민적 불안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돕겠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해와 강도부터 다르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자·타해 위험환자에 대한 응급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배치한다. 또 경찰·소방과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지역 내 정신질환자에 의한 민원 발생이나 응급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시·군·구별 정신응급대응협의체도 설치한다.

‘관리’과 ‘대응’이란 단어부터 부정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과 범죄 간 개연성을 인정한 꼴이다. ‘실제 범죄율은 낮지만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부각돼 불안이 확대됐다’는 지난해 입장에서 180도 달라졌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자에 ‘관리 대상’이란 낙인을 찍었다.

실제 발표될 대책의 방향성이 이렇다면 정신질환자들은 지금보다 더 음지로 숨어들 우려가 크다.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 진료와 치료를 꺼리게 되면, 돌발행동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국민 불안을 더 키우는 셈이다. 복지부는 “치료재활 강화, 등록 인센티브 등 혜택도 같이 간다”고 하지만, 그 혜택이 사회적 낙인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돌발행동을 예방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받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당장 시급한 건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낙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감기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신질환을 감기처럼 여기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부활 시켜줄 주인님은 어디에?…또 봉인된 싸이월드 [해시태그]
  • 5월 2일 임시공휴일 될까…'황금연휴' 기대감↑
  • "교제는 2019년부터, 편지는 단순한 지인 간의 소통" 김수현 측 긴급 입장문 배포
  • 홈플러스, 채권 3400억 상환…“거래유지율 95%, 영업실적 긍정적”
  • 아이돌 협업부터 팝업까지…화이트데이 선물 사러 어디 갈까
  • 주가 반토막 난 테슬라…ELS 투자자 '발 동동'
  • 르세라핌, 독기 아닌 '사랑' 택한 이유…"단단해진 모습 보여드리고파" [종합]
  • 맛있게 매운맛 찾아 방방곡곡...세계인 울린 ‘라면의 辛’[K-라면 신의 한 수①]
  • 오늘의 상승종목

  • 03.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5,087,000
    • +3.49%
    • 이더리움
    • 2,851,000
    • +2.48%
    • 비트코인 캐시
    • 491,000
    • -0.26%
    • 리플
    • 3,501
    • +2.31%
    • 솔라나
    • 196,000
    • +6.12%
    • 에이다
    • 1,099
    • +4.47%
    • 이오스
    • 752
    • +1.76%
    • 트론
    • 328
    • -1.8%
    • 스텔라루멘
    • 416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700
    • +2.36%
    • 체인링크
    • 21,540
    • +11.03%
    • 샌드박스
    • 424
    • +4.9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