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故 김현기씨 유족 "회사측 주장 사실과 다르다"

입력 2008-07-17 08:38 수정 2008-07-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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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김현국 씨 "애연가 아니었고 카센터는 그만둔 게 8년전"

"한국타이어측이 제 형님의 희귀 폐질환 사망과 관련 생전 근무시절 유해작업환경과 무관한 업무를 해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 폐질환과 관련해서는 애연가인데다가 카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을 거론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한국타이어 협력업체인 지엘로부터 금산공장으로 파견돼 물류부문 관리직을 맡아오다 지난 6월 2일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희귀 질환으로 사망한 김현기씨(50)의 동생인 김현국씨는 16일 자신의 형 사망과 관련 사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납득할 수 없다며 기자에게 증언했다.

김씨는 말을 이었다. "건강하던 형님이 올 2월께부터 마른 기침 증세가 심해져 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갔더니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입원을 하자 병이 급진전 되고 있다는 진단후 불과 몇개월새 그렇게 (세상을) 떠난겁니다."

고 김현기씨 사인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실질의 섬유화가 계속 진행돼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

즉 폐가 기능을 상실하고 굳어가는 것으로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확실한 치료법도 없는 희귀 질환이다.

김현국씨의 증언을 이어가기에 앞서 이전 상황을 언급한다. 기자가 김현기 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14일이었다. 그리고 한국타이어 사측에는 15일 오전 진위 여부를 문의했다.

이러한 취재를 토대로 본지는 15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근무 김현기 씨 '폐'질환 사망'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사측이 숨진 김현기 씨가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유기용제 중독이나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사측은 "김현기씨가 금산공장 내에서 근무했지만 생산동에서 떨어진 사무실에서 물류부문 관리직으로 분진이나 유기용제 등 유해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는작업 환경에서 근무해 왔다"며 "폐 질환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 그가 애연가였고 금산공장에 오기전 카센터에서 일하던 경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측의 입장이 담긴 본지 보도가 나간 후 고인의 동생인 김현국씨는 형의 사망과 관련 기자를 찾아 말문을 열게 된 것이다.

고인이 애연가였다는 사측의 파악에 대해 그는 "고인은 2년 6개월 전부터 금연 성공 이후 식구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 협렵업체인 지엘 이 모 사장이나 금산공장내 직장 동료들도 그가 담배를 피운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질환의 발병 직후인 올 3월 대전성모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결과에서도 흡연으로 인한 폐해가 없다는 게 담당의사의 소견이었고 관련 자료 역시 보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측이 파악하고 있다는 카센터 근무 이력과 관련해선 "고인이 직원을 두고 사장으로서 카센터를 운영해 실제 작업은 하지 않고 2000년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지엘로 입사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으로 파견 발령 받은 게 2001년. 그후 올초까지 금산공장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해 건강검진에서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그리 갑작스럽게 희귀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역설했다.

유해환경과 무관한 관리직 근무를 해왔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선 "생전 고인이 인원들이 빠져 현장내 일손이 부족할 경우 이곳 저곳 심지어 생산 현장 투입 등 전천후 업무를 통해 힘들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다"며 "사측의 주장대로 사무실 근무만 해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고인은 직계 유족으로 부인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고인의 사망과 관련 언론 보도들이 나가기 시작한 15일 한국타이어와 고인이 소속돼 있던 지엘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도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사후 한발짝 물러나 있던 한국타이어가 보도이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역력하고 15일에는 하청업체 지엘의 이 모 사장이 형수를 직접 찾아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회유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하려는 의혹도 든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원 직장인 지엘은 유족으로부터 신청과 서류 대행 등을 통해 판정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로 김씨의 사망과 업무환경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김현기씨의 사망 사실을 최초 제기한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그간 한국타이어 사망자들의 사인이 공장에서 취급하는 솔벤트, 납, 톨루엔 등의 유기용제 및 중금속 중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타이어 집단노동자 사망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래 재발방지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또 한명의 노동자 사망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며 "김씨의 사인인 폐섬유증은 중금속이나 유기용제 등의 환경으로 유발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고인이 유기용제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와 같은 관리급일수록 작업자의 결원을 자주 메워야함에 따라 더 유해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격심한 직무 스트레스까지 받는 경우가 심하다"며 "유기용제의 특성상 치명적인 노출은 단기이지만 평균적으로 3년 정도의 노출에 10 년 이후 발병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는 국정감사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노동부는 전현직 사원 건강검진 결과 및 재검자 명단 확보로 집중관리에 나서고 행정안전부는 정확한 사망자 명단을 확보할 것과 대전시는 지원과를 시급히 설치해 진상규명과 실태조사에 발벗고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대해 한국타이어 사측은 고인이 생전 업무가 생산라인이 아닌 완제품 타이어의 입출고 관련 전산관리가 주업무여서 유해환경 노출로 인한 사망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 고수와 함께 사인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작업인원 결원에 따른 현장 투입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사측은 "고인의 업무상으로 봤을 때 대부분 근무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낼 수 밖에 없다"며 "유족 주장대로 인원 결원시 어떠한 현장에 투입됐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이 애연가였다는 사측의 파악에 대해선 "사실여부를 더 자세히 확인해 보겠다"고 전했다.

산재승인여부와 관련해선 "전적으로 유족 신청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판정하는 것으로 파견근무자였던 고인의 원 소속 직장인 지엘이 유족들의 신청과 관련해 처리를 돕고있는 것으로 안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5500여명이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1명 자살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산업안전보건원 등 유관기관들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한국타이어 현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직무관련성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을 앓고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례가 또 드러남에 따라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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