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측 무역협상 대표단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중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면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주 협상을 거치면서 중국 측이 이미 합의했던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중국이 이전 약속을 어겼다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도 “협상 방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후 브리핑을 열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브리핑에 합류했다.
미국 관리들의 이날 발언은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며칠 만에 급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주 베이징을 떠나면서 협상 상대방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해 이번 주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미·중 무역협상 진척이 너무 느리다고 성토하면서 오는 10일자로 2000억 달러(약 234조 원) 규모 대중국 관세 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올리고 현재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3250억 달러 제품에 대해서도 조만간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이날 중국증시가 6%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2000억 달러 규모 대중국 관세에 대해 오는 10일 오전 12시 1분부터 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며 “해당 내용은 7일 관보를 통해 정식으로 통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에 대폭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합의된 내용은 없다”며 관세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강제 기술 이전 금지와 미국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 법으로 확실하게 못을 박는 대신 규정을 바꾸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강경파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아직 협상 타결의 불씨를 완전히 끈 것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이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이 이번 주 고위급 무역회담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뉴욕증시가 장중 낙폭을 크게 줄이면서 다우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3%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5% 하락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부정적인 언급에도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이 9~10일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이라며 “류허 부총리도 동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워싱턴 회담은 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추가 부과 트윗으로 중국이 회담 취소도 고려하면서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고 WSJ는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협상단은 10일까지 합의를 하지 못하면 관세 인상을 진행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언하기로 합의했다”며 “중국이 태도를 바꾸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주 장관급 회담이 무역 전쟁 확전이냐 종전이냐를 가를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