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 연체율 급등, 금융뇌관 우려 크다

입력 2019-05-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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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자영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카드회사 등 제2 금융권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06%포인트(p) 오른 0.24%, 하나은행은 0.08%p 높아진 0.41%를 기록했다. 농협은행도 0.04%p 상승한 0.41%였다. 지방의 부산·대구·광주·경남은행의 경우 2017년 말 대비 작년 말 가계부문 연체율이 0.15∼0.28%에서 0.26∼0.43%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자동차·조선·해운업 등의 경기악화로 지역경제가 피폐해지면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의 빚이 제때 상환되지 못한 탓이다. 기업대출을 포함하면 연체율이 안정적 관리수준인 1%를 넘은 지방은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쁜 곳은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다. 3월 말 연체율(대환대출 포함)이 우리카드는 1년 전 1.94%에서 2.06%, 하나카드 2.23%에서 2.55%로 높아졌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부실채권비율은 작년 말 평균 5.99%로 2017년 말(5.38%)보다 0.61%p 올랐다. 부산·경남·호남지역 저축은행 부실채권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경기가 더 가라앉으면 제조업이나 자영업 위기가 심화되면서 2금융권과 지방에서부터 금융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도소매, 음식·숙박, 개인서비스 등 소상공인 5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33.6%가 최근 1년 내 사업전환이나 휴·폐업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7.4%는 작년보다 올해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이 악화한 곳도 80.0%에 달했다. 소비위축에 따른 판매부진과 경쟁 심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들의 소득감소로 가계 및 자영업 연체가 더 빨리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의 최대 뇌관으로 가계대출, 특히 자영업대출의 취약성이 지목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영업대출 건전성은 일반 가계대출보다 훨씬 나쁘다. 차주(借主)들 대다수가 저신용·저소득자들이고, 생계형 자영업이 많다.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상환여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중채무의 늪에 빠져들 위험도 매우 크다.

자영업 연체를 심각하게 봐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로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연체율 증가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투자와 수출이 줄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쪼그라드는 현실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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