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둘기파(통화완화)적으로 한발 더 움직였다. 대표적 비둘기파 중 한명인 신인석 추정 금통위원은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개된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란 문구가 삭제되면서 이미 예상했던 분위기지만 이같은 언급은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파와 비둘기파간 경기와 물가를 보는 인식은 여전히 판이했다. 특히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불균형이 매파와 비둘기파를 가를 정도로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확산한 금리인하 가능성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동철 추정 위원도 “기조적 물가상승률의 둔화는 동일한 명목금리의 실질적 부담을 상승시키고 있다”며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및 물가의 둔화흐름이 뚜렷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는 거시경제의 하방위험 완충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만이 민간의 경제활동 위축을 완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정부 재정정책 약발이 다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리인상의 근거가 됐던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비둘기파와 매파간 의견차가 컸다. 우선 신 위원과 조 위원은 사실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과 조 위원만이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위원별 의견 개진에서 ‘가계부채’ 내지 ‘금융불균형’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실제 신 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2분기 중 이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조 위원도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시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표적 매파인 이일형 위원은 “통화정책은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착시키고 금융불균형 확대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증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본질적 문제의 해소없이 통화정책만으로 수요진작을 도모할 경우 물가상승과 함께 금융불균형 누적도 다른 형태로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도 “금융상황이 완화적으로 평가되는 데다 금융안정의 주된 리스크 요인인 가계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매파에서 한발정도 중립으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되는 고승범·임지원 위원 역시 금융불균형 우려는 여전했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앞으로 금융불균형과 관련한 우려가 확실히 반전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추이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원 추정 위원도 “금융불균형 누적위험은 차츰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불균형 정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통상적인 계절성, 금년도에 계획된 수도권 아파트 임주와 분양물량 등을 고려할 때 계속적인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와 물가를 보는 시각도 매파와 비둘기파간 갈렸다. 매파인 윤 부총재 추정 위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어떤 형태로든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전망하고 있는 점,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점차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성장모멘텀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오름세가 완만하게나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신인석 추정 위원은 “실물경기의 동향, 물가상승률 추세의 추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전망에도 다소 하방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성장률의 경우 기존 2.6%에서 2.5%로, 소비자물가의 경우 1.4%에서 1.1%로 낮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