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는 하루 사이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2% 가까이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79%, S&P500지수는 1.65% 각각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1.96% 급락한 7963.76으로, 8000선이 붕괴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월 3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S&P500은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많은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투자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의 불안을 촉발한 것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었다. 추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트럼프의 위협에 시장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나마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해 협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주가 낙폭을 제한했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날 뉴욕증시 마감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약속을 어겼다”며 10일 2000억 달러(약 234조 원) 규모 대중국 수입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재확인하자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이날 중국시장 비중이 큰 기술업종에 매도세가 대거 유입됐다. 중국은 주요 IT 제품 생산기지인 것은 물론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폰과 컴퓨터, 자동차 등의 핵심 시장인 만큼 미국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애플 주가가 2.7%, 엔비디아가 3.8% 각각 급락했다.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도 이날 1.4% 하락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8일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에 휘말렸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가 1.5% 하락으로 장을 마쳤으며 중국과 홍콩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미·중 무역협상의 고비인 10일까지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우리나라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와 미국 내 여론을 고려한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며 “전면적 무역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이번 주 최종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는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 ①최종타결 ②협상시한 연장 ③관세율 인상 및 저강도 분쟁 ④무역전쟁 본격화 등을 들며, 최종타결 혹은 협상 시한연장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관세율이 인상될 경우에는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