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 농특위원장 “공익형 직불제가 문재인표 농정정책…예산 대폭 확대”

입력 2019-05-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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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높이기 위한 보조금 대폭 줄인다”…“대기업 농업 진출, 상생방안 있으면 대환영”

▲지난달 25일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이 8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농특위 과제와 문재인표 농정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형 직불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이 8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농특위 과제와 문재인표 농정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형 직불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가 문재인표 농정정책이다. 아직 추진하지 못하고 있어 문재인표 농정이 있느냐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이 8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표 농정이 있느냐’의 비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40년간 농촌 경제를 연구한 농정 전문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문 대통령의 농정 정책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공익형 직불제에 대해 박 위원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를 농민들의 소득 보전 수단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공익형 직불제는 농어민들이 창출한 공익적 가치에 대해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익형 직불제는 농정을 농어민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행복에 기여하는 종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러한 전환에 성공할 때에만 농어민의 소득문제가 상당히 해결되고, 농어민의 행복도 증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공익형 직불제는 농어민에게 교차준수의무를 요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농민들이 상당히 저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 농약, 농기계 등에 보조금을 줬는데 공익형 직불제로 간다는 것은 그런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공익형 직불제는 그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정책에서 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농업 예산에서 직불금 비중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겠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이나 하드웨어 지역개발 예산을 줄이고 공익형 직불금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생산 위주 농정의 부작용에 대해 박 위원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도 키워야 하고 시설도 해야 해서 모든 농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소수 농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놀라운 건 농촌의 양극화가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 위원장은 쌀 직불금(고정, 변동)에 대해서는 현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그는 “공익형 직불제에서는 (지원 대상을) 논밭 구분을 없애 쌀 직불금은 그대로 두더라도 밭 직불금을 늘리는 식이 될 것”이라며 “형평성이라든지 식량 안보 차원에서라도 균형이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공익형 직불제가 유럽 중심으로 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보면 유럽에도 여러 나라 있는데 우리나라와 비교적 토지 규모가 크지 않고 산악지형인 스위스 같은 나라들이 하는 게 우리나라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농특위가 과거의 농특위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박 위원장은 “농특위의 원조는 2002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 발족한 ‘농어업·농어촌발전특별대책위원회’이지만 당시는 WTO 농업협상으로 농산물 시장이 급속히 개방되면서 위기에 처한 농어업과 농어촌을 위한 특별대책이 필요했다”며 “이번에 발족한 농특위는 과거와 달리 현안에 대한 특별대책 마련보다는 ‘농정의 틀을 바꾸는 것’이 사명이다”고 얘기했다.

그는 “농특위가 현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농특위는 5년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데 임기는 2년이어서 2년간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 농정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고 농어업·농어촌의 발전방향과 그 실천 전략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농업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농정이 농어민, 농어업, 농어촌 등 3농에 갇혀 일반 국민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한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 위원장은 “이번 농특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3농을 농어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국민이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하고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박 위원장은 “최근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더 바람직한 상황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여성들이 관심 있어 미래가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선 “생산주의 농정의 관점에서 본다면 첨단 기술을 가진 대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가지고 진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농가와 상생할 방안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2월 중순에 열린 파리 농업박람회에 개막시간 30분 전에 먼저 도착해서 자정까지 현장에 있으면서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처럼 농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길 기대하는 눈치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이달 내로 문 대통령과 만나 농특위의 농정정책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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