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과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이 급등했다. 원·달러는 1180원을 목전에 두며 2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엔도 1174원에 바싹 다가서며 2년6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원·엔은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 유세장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broke the deal)”고 언급한 것이 충격을 줬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며 대내외적으로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확산했다.
위안화가 급등했고, 수급적으로도 역외의 달러매수가 집중됐다.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인션(미세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오늘밤부터 시작되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장이 급변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달러는 일단 1185원까지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1172.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초반 1171.3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8.5원이었다.
100엔당 원화환율도 10.73원 급등한 1073.77원을 보였다. 이는 2016년 11월17일 1076.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일대비 상승폭은 지난달 30일(11.18원 상승) 이후 가장 컸다.
역외환율은 이틀째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71.3/1171.7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3.3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트럼프가 중국이 무역합의를 깼다고 밝히면서 아침부터 시장 불안감이 조성됐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짙어졌다. 점심 이전부터 달러·위안이 많이 올랐고 원·달러도 이에 동조했다. 상승상황에서 숏커버도 많이 나온 듯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저녁부터 미중이 무역협상에 들어간다. 결과 발표에 따라 향방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타결된다면 상승폭을 상당부문 반납할 것이다. 반면 결렬 내지는 협상을 계속한다해도 내일 바로 중국 관세가 발효되면 더 오를 수 있겠다”며 “기본적으로 1185원까지는 열어놔야할 것 같다. 이후 상황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트럼프 기자회견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예상보다 훨씬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았다. 주가도 3% 가까이 급락했다. 아시아장 역시 동반 하락했다”며 “심리적으로 리스크오프가 강했다. 역외 위안화도 달러강세 흐름이었고, 엔환도 강세였다. 환율과 주식, 채권시장에서 위험회피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펼쳐졌다.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역외 매수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예상할 수 있는 악재는 다 나온 듯 하다. 그럼에도 원·달러가 1180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원·달러가 일시적으로 5원 정도 더 오를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24엔(0.22%) 내린 109.85엔을, 유로·달러는 0.0001달러(0.01%) 상승한 1.1198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216위안(0.31%) 오른 6.8288위안을 각각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6.0포인트(3.04%) 폭락한 2102.0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21.15포인트(2.84%) 급락한 724.22를 보였다. 외국인 역시 코스피시장에서 1878억7100만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431억4900만원어치를 각각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