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미국도 괴롭다…홍콩·싱가포르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신세

입력 2019-05-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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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분기 민간최종소비 증가율, 2015년 이후 최저치…“중국 의존 아시아 주변국 타격 불가피”

▲미국 민간최종소비 증가율 추이. 올해 1분기 1.4%.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민간최종소비 증가율 추이. 올해 1분기 1.4%.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이번 주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관세 인상으로 중국과 무역·생산 부문에서 관계가 깊은 아시아 주변국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는 이미 관세 전쟁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9~10일 워싱턴D.C.를 방문해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해 아직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양국이 상대방에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2%로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강력한 경제지표는 백악관이 관세 전쟁을 견딜 수 있다고 확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UBS의 세스 카펜터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관세는 대가를 수반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강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런 성장 대부분은 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기업 재고 축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무역과 재고 변동 영향을 제외하면 미국의 1분기 민간최종소비는 전분기 대비 1.4% 증가에 그쳐 2015년 말 이후 가장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눈에 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집계하는 미국의 산업생산지수는 1분기에 하락했으며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지난달에 52.8로, 2016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관세가 금액상으로는 크지 않아 보여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핵심 부품 공급이 줄어들면서 제조업체들이 생산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미·중은 최근 수개월간 무역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갑자기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대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보복 조치 시점과 규모도 불확실해 제조업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9일 미국이 관세 인상 방침을 표명한 2000억 달러(약 234조 원) 규모 중국 제품에는 식품과 가전 등이 많이 포함돼 미국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10일 관세율을 25%로 올리려는 대상에는 돼지고기와 맥주 와인 가방과 가구 모자 진공청소기 냉장고 등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소비품이 포함돼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7월 340억 달러어치 대중국 수입품에, 8월 160억 달러어치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하이테크 제품이 중심이어서 소비품목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0% 세율을 부과한 2000억 달러어치 제품에서 그 비중은 23%에 달했다.

중국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부과했을 때 중국은 보복으로 600억 달러 상당의 대미 수입품 관세율을 5%에서 10%로 높였다. 설탕과 화장품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공작기계에 이르기까지 대상 품목은 5700여 개에 달했다.

이에 NHK는 중국이 연착륙을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둔화를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관세 전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양보를 거듭하는 모양새를 띄면 비판의 화살이 향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한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거시경제감시기구(AMRO)’는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트럼프가 관세 추가 인상 트위터 트윗을 내놓기 이전인 1일 AMRO가 발표한 보고서는 “미·중이 서로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에서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평균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0.86%포인트, 0.65%포인트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과 공급망이 연결된 베트남 전기·기계 산업과 캄보디아 서비스 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AMRO는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말레이시아 전기산업과 베트남 의류산업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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