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환율…전자ㆍ車 수출효과 제한적, 항공은 초긴장

입력 2019-05-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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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담판결렬에 美달러 매수심리↑, 항공업계 국제유가 상승과 환차손에 발목

▲오른쪽은 원달러 장중 흐름(한국은행, 체크)
▲오른쪽은 원달러 장중 흐름(한국은행, 체크)

미국과 중국의 무역담판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출렁였다.

환율 상승은 당장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 분위기 탓에 초긴장 중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30분 기준 전일 종가(1,179.8원)보다 0.1원 내린 1,179.7원을 나타냈다. 오전 한때 1,181.4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전날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소폭 하락 출발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담판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오전 내내 1,180원 선을 오르내렸다.

미국이 예고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시점(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을 약 7시간 앞두고 양국은 미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고, 중국 상무부는 협상 결렬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결정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협상 결렬 이후 담화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ㆍ중 무역담판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코스피 역시 이날 오후 1시 18분 기준, 4개월 만에 장중 2100포인트가 무너지기도 했다.

▲완성차 수출단가(달러화)가 점진적으로 상승 중이다. 환율 상승에 따라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픽=이투데이)
▲완성차 수출단가(달러화)가 점진적으로 상승 중이다. 환율 상승에 따라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픽=이투데이)

◇전자와 자동차 환차익 효과는 제한적=협상 이전부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수심리를 자극했는데 최종 결렬 직후 달러는 강세로 급전환됐다.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당장 달러강세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당장에 자동차 업계는 환율하락과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 등 외부요인 탓에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 같은 물건을 팔았음에도 들어오는 수익이 적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래 경쟁력 제고 명목의 투자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원가율이 상승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시작되면 당장 수익성 방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체질변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인한 게 아닌, 외부효과 때문에 생기는 수익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능과 내구성, 브랜드 이미지 등 제품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확대해서 얻어낸 게 아닌 만큼, 언제든지 다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환율의 지속 상승보다 정책 리스크에 따른 단기반응일 수 있다는 보수적 의견도 밝혔다.

전자업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나아가 D램 출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평균 가격마저 두 자릿수 이상 빠지면서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출하량이 늘어도 평균 판매가격이 그 이상으로 하락한 탓이 컸다.

달러 결제가 사실상 대부분인 반도체의 경우 원/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당장에 수익성 방어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전자업계 역시 올해부터 중국의 물량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환차익으로 이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기종 도입이 일단락되면서 한숨을 돌렸던 대한항공은 다시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형기종 도입이 일단락되면서 한숨을 돌렸던 대한항공은 다시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환율 10원 오르면 대한항공 800억 원 손해=마른 수건까지 짜내고 있는 항공업계에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국제유가 상승 탓에 사실상 긴축재정을 시작한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운임으로 생긴 수익(달러)이 예전보다 줄어드는 상황에, 같은 항로를 운영하기 위한 유류비는 더 많이 지출해야할 상황이다.

3조1000억 원 수준이었던 대한항공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에 영업이익은 무려 19.5% 하락한 1338억 원에 머물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 대한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065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추가로 217억 원 수준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른 환차손 역시 무려 77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외부 환경적 요인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가장 큰 부담이었던 대형기종에 대한 투자가 일단락된 만큼 유가와 환율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환율 전망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2분기, 늦어도 3분기 안에는 양측이 절충안을 만들어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지속되면 시장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보인 후에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2분기의 평균 환율이 다소 상승할 수 있으나 하반기의 환율 전망 경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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