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의 혁명] 10년산 위스키를 24시간 만에 ‘뚝딱’...분자 기술로 名酒 재현

입력 2019-05-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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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리스웨스트, 분자 기술 활용...향신료 등 재료 추가없이 재현

▲미국 스타트업 엔들리스웨스트가 생산한 인공 위스키 ‘글리프(Glyph)‘. 사진제공 엔들리스웨스트
▲미국 스타트업 엔들리스웨스트가 생산한 인공 위스키 ‘글리프(Glyph)‘. 사진제공 엔들리스웨스트
곡물과 오크통, 물, 토양과 기후, 장인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화학적으로 변화하고 오랜 세월을 거친 뒤에야 명주(名酒)가 탄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 ‘엔들리스웨스트(Endless West)는 최첨단 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이런 전통적인 증류와 양조 공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려 한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엔들리스웨스트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매던 추아는 2015년 캘리포니아주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를 찾았다. 당시 그는 빈티지 와인이 너무 비싸 차마 이를 구입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열광적인 와인 애호가이자 바이오 분자 전문가인 추아는 무엇이 와인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값비싼 술이 어떤 분자 구조인지 밝혀내고 이를 재현하면 값싸면서도 단기간에 빈티지 제품과 같은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착안해 낸 것이다.

이에 그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2016년 엔들리스웨스트를 창업하고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가장 먼저 개발에 착수한 것은 오크통에 10년 이상 보관한 것과 같은 위스키를 재현하는 것이다. 발효와 증류 등 기존 공정과 전혀 다르게 실험실에서 약 24시간 만에 빈티지 위스키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다.

엔들리스웨스트는 자사의 인공 위스키 생산에 대해 북극의 얼음과 냉장고 안에 있는 얼음은 만드는 방법이 다르지만 같은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 리 엔들리스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와인은 반드시 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규제 측면에서 장애물이 있어서 위스키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엔들리스웨스트는 분자를 식별하는 시험을 거듭해 빈티지 위스키를 재현하기 위해 중요한 분자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위스키 향기와 나무 훈제, 향신료와 바닐라 등의 풍미를 내기 위한 재료를 추가하지 않고도 분자 수준에서 이를 실현한 것이다. 이들은 식물이나 효모로부터 분자를 추출했다.

이미 개발에 성공한 인공 위스키 ‘글리프(GLYPH)’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일부 주류매장과 바(Bar)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병당 35~50달러(약 4만~6만 원)다. 엔들리스웨스트는 고객과 음식점 등이 인공 위스키라는 아이디어와 제품 그 자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 리 CEO는 “현재 가장 큰 과제는 위스키 분자 프로필을 완벽하게 스캔하는 것”이라며 “아직 신속하게 분자를 정확히 스캔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면 숙성이 필요한 수백 달러나 되는 값비싼 와인이나 위스키를 수십 달러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물론 부유층은 진짜 빈티지 술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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