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꺼져가는 대한민국 기간산업(基幹産業)

입력 2019-05-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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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인 2013년 6월. 국내 3위 선사였던 STX팬오션이 법정관리행을 신청하며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배선령 대표가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하면서, 유천일 부사장이 후임 대표로 선임된 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 대표는 경영 정상화는 시도조차 못해 보고,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하던 팬오션의 법정관리행은 사실상 ‘해운업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앞서 초호황기 때부터 지나치게 배를 발주하며 늘어난 선복량을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팬오션의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인 3년 뒤, ‘선복량 세계 8위, 국내 1위’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돌풍을 통과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40년 역사의 어마어마한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사라지며 해운업이 뿌리째 흔들렸다.

해운업은 중요한 기간산업(基幹産業) 중 하나다. 그만큼 선진국에서는 해운업을 목숨 걸고 지지한다. 중국은 ‘수십 조’ 단위의 지원금을 투척하고, 일본은 1%대의 ‘초저금리’로 해운업을 돕는다. 세계 3위 프랑스선사 CMA-CGM은 금융위기 이후 파산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적극 지원해 여전히 3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산업에 해운업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 전체가 돈 되는 건 다 팔았음에도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지만, 국내 1위는 사라졌고, 3위는 아예 다른 회사로 넘어갔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해운만큼 중요한 기간산업 중 하나인 항공산업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며, 대한항공은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와 그룹 총수 지정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로 혼란스럽다. 물론 두 회사의 리스크는 정부의 지원과 별개로 내부적인 요인이 훨씬 더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위기를 맞은 그룹 재건을 위해 오랜 기간 지원을 하다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대한항공은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로 고 조양호 회장이 45년간 쌓아온 글로벌 경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는 물론 경영권 유지가 주요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정부는 과연,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항공제도 개선안은 더욱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모호한 기준과 과잉 규제로 항공업 옥죄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운수권 회수 및 재배분’ 안은 항공업 보호가 아닌 외항사가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룹 내 계열 항공사 간 등기임원 겸직 금지’ 대목은 그 어떤 직군에도 없었던 예외 조항이다.

이처럼 규제만으로 항공안전을 담보하겠다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해외 사례와 대조된다.

기간산업은 국내 산업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자칫 잘못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무서운 속도로 부추길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부의 기간산업에 대한 무지, 무관심’이라고 인식돼 온 선입견이 없어지길 기대해 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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