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 불똥을 맞게 됐다.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강행하면서 한국이 관세 면제를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부과 조치에서 면제되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백악관 관리 및 의회 지도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수입 완성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표하는 18일 이전에 한국을 ‘예외국’으로 지정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연방법이다.
한국 정부는 경제 성장률에 큰 타격을 입힐 미국의 이번 조치를 앞두고 크게 긴장한 상태다. 유 본부장은 앞서 지난 7일 “미국을 방문해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치에서 면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중 무역협상 등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수출 감소까지 맞물려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등 통상현안에 대해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사이 미중 무역협상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25%로 인상한 뒤, 추가적인 중국산 제품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FT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미국과 한국이 오래된 군사 및 정치적 동맹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한국이 관세 부과에서 면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있어 미국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자동차 수출 시장이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자동차 무역 상대국으로, 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규모만 해도 약 136억 달러(약 16조1100억 원)다. 대미 수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만약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3%포인트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 시한을 미루고 교역국들과의 협상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 행정부가 오는 11월 14일까지 결정을 미룰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과 무역 합의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3월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검토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나 더 길게 갈 수도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