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시피] 5월 15일 버스 파업 'D-1', 교통대란 오나…논란의 쟁점 '3가지'

입력 2019-05-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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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5월 15일 버스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14일 사측과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 문제 등을 놓고 막판 협상에 돌입한다. 마지막 담판마저 결렬된다면 전국 각지에서 심각한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과연 전국 각지에서 버스가 멈추는 일이 진짜로 일어날까? 지금 상태라면 15일 오전 4시 운행되는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정부는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버스 파업에 대비한다는 입장이지만,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번 버스 파업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전국 각지에서 한꺼번에 논란이 일어난 것일까. 그 중심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있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버스 노조 "준비되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문제"

일각에서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버스 파업을 두고 "버스 기사들이 단순히 월급 인상을 요구하며 승객을 볼모로 잡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핵심은 좀 더 다른 곳에 있다. 핵심은 버스 파업을 야기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버스의 경우 특례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례업종은 노사 간 서면 합의만 있으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상관없이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문제는 지난해 3월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되면서 노선버스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노선버스를 비롯한 특례제외 업종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당장에 대체 인력 마련 등 대책이 없어 1년간 유예했다.

그렇다면 1년간 버스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준비는 얼마나 진척됐을까?

버스회사들은 통합채용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필요한 대체 인력을 마련하고자 했고,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선 버스 기사 인력 양성을 위해 전국적인 교육에도 나섰지만, 지원자 자체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연말까지 추가 채용하는 버스 기사는 1만5000여 명에 달하지만, 지난 1년간 실제 확보 인원은 20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대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그대로 적용되면 버스 기사가 부족해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셈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비정상적인 버스 기사 임금 문제, 해법 없나?

물론 버스 기사들의 임금 문제도 노사 간 협의에 평행선을 달리는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비정상적인 버스 기사의 월급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버스 기사들의 월급은 기본급과 연장·초과근무 수당, 보너스(상여급) 등으로 나뉜다. 일반 사무직과 달리 버스 기사들의 월급에서 기본급은 전체 월급의 40~50% 수준에 불과하다. 연장·초과근무 수당이 나머지 30~40% 수준을 차지하며, 보너스가 20% 수준이다.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면 전체 월급의 30~40%를 차지하는 연장·초과근무 수당에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임금 체계에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월급이 30%가량 줄어든다는 것이 버스 노조 측의 주장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80만~100만 원에 달한다.

몸은 편해지겠지만, 줄어드는 월급으로 인해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버스 회사 차원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추가 인력을 뽑아야만 하는 상황에 임금 상승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버스 요금 인상을 통한 해결책을 고민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 경기도 버스 요금 올리는데 발목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인 경기도 버스 파업의 경우 서울과 인천, 경기도 간 연계된 '통합환승할인제'가 이번 버스 파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 수도권 3개 시·도는 '통합환승할인제'가 시행되고 있어 버스 간 환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경기도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총 1250원을 낸 경우 기본요금 비율에 따라 경기도와 서울시가 각각 625원씩을 나눠 갖는다.

경기도가 현재 버스요금을 200원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경기도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총 1450원을 낸 경우 경기도는 740원, 서울시는 710원을 각각 가져가게 된다. 서울시는 버스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인천, 경기도가 함께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은 서울 버스 요금을 올릴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어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 버스의 경우 다른 지역과 상황이 다소 다르다.

서울은 준공영제(적자분은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로 인해 경기도나 다른 지역보다 근무 여건이 나아 주 52시간제 현안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이미 작년부터 인력을 300명 이상 추가 채용하고 운행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해왔기 때문.

현재 서울시 버스 기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47.5시간, 평균 임금(3호봉 기준)은 경기도보다 80만 원 많은 390여만 원이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그렇다면 왜 파업에 나선 것일까? 서울시 버스노조는 5.9%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임금 인상과 복지기금 연장에 반대하는 모습이다.

한편,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 전국 지역별 버스노조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은 버스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쟁의조정 회의를 열고 마지막 협상에 나선다. 이날 열리는 마지막 쟁의조정 회의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지, 아니면 15일 최악의 교통 대란이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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