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돼지로 인체 이식용 장기 생산 연구…성공 시 세계 최초

입력 2019-05-14 15:39 수정 2019-05-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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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돼지에 주입해 인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본격 추진된다.

건국대학교 인간화돼지 연구센터는 '인간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활용한 민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연구가 최근 대학 내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의료용으로 최적화된 돼지(메디 피그)의 몸 안에서 사람에게 이식 가능한 조직과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로, 성공하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이 연구는 면역결핍 돼지의 수정란 초기배(8세포기∼배반포)에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대리모 돼지에 이식해 새끼 돼지의 몸에서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한 간, 신장 등 고형 장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피부세포 등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가진 원시 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를 말한다. 사람의 난자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는 '키메라(chimera) 장기' 연구로도 불린다. 현재까지 이종 간 키메라 연구는 2017년 미국 연구자들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했다고 보고한 사례가 전부다.

일본은 지난 3월 문부과학성이 그동안 금지하던 동물과 사람의 세포를 혼합한 '동물성 집합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이식해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동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 지침을 개정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돼지의 췌도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지만 법률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연구의 관건은 면역이 결핍된 돼지에서 사람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돼지에서 자란 장기를 면역거부반응 없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센터에서 2014년 자체 생산에 성공한 면역결핍 돼지를 연구에 이용할 계획이다. 이 돼지는 면역세포 발달에 필수적인 재조합활성유전자(RAG2)와 인터류킨2 감마수용체 유전자가 동시에 제거됐다. 따라서 돼지의 면역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흉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한 돼지의 배아를 대리모 돼지에 이식하고, 대리모로부터 생산된 돼지가 면역세포(T/B/NK)와 흉선을 가지고 태어나면 이 돼지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 돼지에서 키운 간, 심장 등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물론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단백질을 정제해 암 같은 난치성 질환용 의약품이나 백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행 생명윤리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진회 센터장은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인체부속물인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해 동물에서 행하는 실험의 경우 기관 IRB 허가만으로 충분하다는 회신을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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