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인근 해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과 다른 2척의 선박이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이란이 그 뒤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은 아직 사건 조사 초기 단계이지만 만일 분석이 사실로 확정되면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종을 올렸다.
앞서 UAE 외교부는 전날 상선 4척이 공격을 받았으나 사상자나 연료 유출은 없다고 밝혔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날 피해를 본 선박 중 2척이 자국 유조선들이라고 확인했다. 다른 2척의 선박도 모두 유조선이며 그 중 하나는 노르웨이 선적이며 다른 한 척은 UAE 소속이다.
미국이 이달 초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란은 핵합의 일부를 파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기 일보 직전이다. 미국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3분의 1이 지나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이라크 전쟁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하면 중동에 최대 12만 명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라며 군사작전 계획을 업데이트했다. ‘강경파’인 존 볼턴 NSC 보좌관이 해당 계획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12만 명 병력 규모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파견한 규모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이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돼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란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란이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것은 나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