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개미처럼 땅을 일구며 살았다. 서민 것 뺏어다 있는 놈 살려주는 정책을 반대한다.”
1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청 2층 대회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에 빨간색 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주민이 줄지어 섰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열기로 했던 대회의실 입구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주장하는 주민, 하남교산지구 고향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한데 모이면서 설명회는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
설명회 예정시간이 지나면서 행사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에도 주민들은 “국토부 물러가라” “LH 물러가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하남 시청 1층은 대책위,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취재를 나온 언론사 등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2층 대회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반대 구호를 외치던 대책위는 1층 출입문까지 전진했고, 1층 로비에서 있던 국토부, LH 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0시 반 무렵 직원들은 현장을 완전히 떠났다.
대책위가 해산한 이후에도 일부 주민들은 시청 본관 주변을 맴돌며 한숨을 쉬었다. 하남에서 20년 거주했다는 주민은 “수십 년간 이곳에서 살았는데 다른 곳에서 어떻게 살겠냐”며 “조류도 죽을 때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이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풍토가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국가가 땅을 몰수하는 데 양도세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아버지 때부터 50년간 살아온 동네다. 정부의 역지사지 자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철 대책위원장은 “하남에서 40년을 살았다. 서민 것 뺏어 있는 놈 살려주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가 소통을 강조했지만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게릴라 작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