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헌법 전문 5·18정신 못 담아 송구…5.18 진상조사위 출범 촉구”

입력 2019-05-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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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후예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정치권 망언에 직격탄 날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재차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1980년 오월 광주 민주화 학살의 아픔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그 부채의식과 아픔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뿌리가 되었고, 광주시민의 외침이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같은 시대,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품고 살아왔다면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며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라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을 비롯한 보수 일부에서 5·18 망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5·18을 ‘광주사태’로 부르던 것을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 규정했고 김영삼 정부 때 특별법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 규정했다가 199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했고, 광주 학살의 주범들을 사법적으로 단죄했다며 5·18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우리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다”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뿐이다”고 광주민주화 논쟁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광주 5·18에 감사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그럴 때만이 우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해 서로 경쟁하면서도 통합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연합뉴스)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광주가 짊어진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놓는 일이며,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꿔내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다”며 “우리가 모두 함께 광주의 명예를 지키고 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며 “우리는 오월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광주로부터 빚진 마음을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못 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 규명 위원회가 출범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는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됐다”며 “정부는 광주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할 것이며 국민도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의 주요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 옛 도청과 5·18기록관을 운행한다”며 “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번호입니다.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며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은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오월은 희망의 시작, 통합의 바탕이 돼야 한다”며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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