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이 훌륭한 분이셨다. 존경할 만한 분이셨다.”
1년 전 타계한 고(故) 화담 구본무 회장에 대해 재계와 임직원들은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LG는 구 전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을 20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 임원진 400명이 참석해 고인의 경영철학과 삶을 되새겼다.
추모식은 구 전 회장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 영상 상영,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의 헌화와 묵념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렀던 것처럼 생전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을 기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LG 관계자는 “1주기 추모식이 고 구본무 회장을 추억하는 동시에,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추모영상은 1995년 2월 그룹 회장 취임식 장면으로 시작됐다. 구 전 회장이 취임해 지난해 타계하기까지 그가 몸소 실천한 경영철학과 진정성 있게 ‘사람’과 ‘사회’와 ‘자연’을 대했던 의미 있는 발자취들로 구성됐다.
20여 년 이상 연구개발(R&D) 투자로 개척한 이차 전지 사업과 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워낸 끈기와 집념의 리더십,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한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한 모습 등이 담겼다.
구 전 회장은 초기 어려움이 많았던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사업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라며 끈기와 뚝심으로 지원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해 냈다.
또 영상에는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업문화인 ‘LG Way’ 선포 △최고의 인재들이 즐겁게 일하며 혁신을 이뤄내는 글로벌 LG를 꿈꾸며 생전 마지막까지 공사 현장을 수시로 찾았던 마곡 사이언스파크 △의인상 제정 및 화담숲 조성 등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과 ‘사회’와 ‘자연’을 대했던 의미 있는 발자취가 담겼다.
테크콘퍼런스를 통해 LG에 입사한 한 직원은 당시 구 전 회장을 “그 자리에서 가장 오래 서 계셨던 분”으로 추억했다. 그는 “일일이 음식 챙겨준다고 서 계시고, 연설하신다고 서 계시고, 모든 참가자하고 사진 찍는다고 강단에 혼자 계속 서 계시고, 그게 끝나면 이제 잘 가라고 나가는 문 앞에 일렬로 서 계셨다며, 악수한다고 계속 서 계시던 그 모습에 굉장히 감명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영상의 마지막은 평소 구 전 회장이 늘 강조해왔던 철학과 바람을 담은 그의 육성으로 깊은 울림을 주며 마무리됐다. 영상 속 구 전 회장은 “저는 여러분을, 그리고 우리 LG를 믿습니다. 차별적인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의 길을 걸어 갑시다”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한편, 추모 영상에는 구 전 회장과 인연이 있었던 인사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허창수 GS 회장은 “이차 전지사업이 처음에 적자가 많이 났다. 그럼에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집념이 아니었으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념의 승부사다. 저는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많은 사람이 왜 구본무 회장이 돌아가고 나신 다음에 아쉬워했을까? 제가 볼 때 그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기도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고인을 회상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몇 번을 만나도 좋아지고 존경심이 생기는 그런 분이었다. 저도 그런 구 회장님께 배운 것을 실천해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모리 시케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일본인 경영자를 많이 알고, 외국인 경영자도 많이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인품이 훌륭한 분이셨다. 훌륭하다. 존경할 만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