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간 갈등으로 표류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1구역 재개발이 사업 9부 능선을 넘었다. 홍제천변을 따라 아파트숲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연희1구역 재개발조합은 17일 서대문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했다. 처음 재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연희1구역 재개발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533 일대 5만5173㎡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0층, 1002가구(206가구 임대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이 중 일반분양은 476가구로, 전용면적별로 보면 △59㎡ 97가구 △75㎡ 73가구 △84㎡ 306가구 등이다. 시공사는 SK건설이 맡고 있다.
다만, 청산자의 재분양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올해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가 치러질 예정이다. 연희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재분양을 요구하는 청산자가 100명가량이기 때문에 실제 일반분양 가구 수는 380가구 정도 될 것이다”며 “올해 9~10월 정도 총회를 열고 내년 봄께는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희1구역 재개발은 주민 사이 갈등으로 오랜 기간 진척이 없던 사업이다. 주민 사이 빈부 격차가 크고, 임대사업을 벌이는 노년층도 많아 청산금이 낮다고 반발하는 주민이 많았다. 이에 2016년 11월에는 재개발 직권해제와 관련해 주민의견조사가 진행됐는데, 조합원 526명 중 절반(263명)이 찬성하며 재개발 사업을 존속할 수 있었다.
이에 사업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반대 측이 투표 과정서 조합장의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며 고발하게 됐다. 이에 조합장이 바뀌는 등 변화가 생긴 가운데 사업은 계속해서 지연됐다. 그러던 중 조합 측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구청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보류하고 있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판결이 지난해 말 내려졌다. 이에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이어졌다.
사업지는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도보권으로 위로는 홍제천, 아래로는 궁동공원을 끼고 있는 위치다. 사업지에서 더 북쪽에 있는 연희파크푸르지오(연희1구역 재건축)는 396가구 규모로 지난해 말 입주해 전용 84㎡ 시세가 7억5000만~8억5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연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관리처분 인가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매물은 들어가고 있다”며 “연희파크푸르지오보다 단지 규모가 큰 데다 지하철 가좌역에 더 가까워서 전용 84㎡ 기준으로 5000만~1억 원 정도 시세가 더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