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아베 총리 후계자로 급부상한 스가 관방장관

입력 2019-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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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그동안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거론된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인물이 있다. 바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관방장관이다. 그는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세상에 공표한 사람이어서 요새 ‘레이와 아저씨’로 불리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스가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관되게 관방장관 자리에 있었고 아베 총리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지만 차기 총리 자리에 의욕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인 새 연호 발표와 관방장관으로서 이례적인 미국 방문을 마치고 단번에 지명도를 올려 여당 자민당 내의 다른 파벌들은 스가 관방장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졌다.

스가 관방장관은 4월 1일(현지시간) 새 연호 ‘레이와’라는 두 글자를 자신의 손으로 발표하였고 며칠 후 “확실히 지명도가 상승했네요”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레이와 아저씨’의 기세는 지금도 거세다. 도쿄 신주쿠에서 지난달 13일 아베 총리가 주최한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는 스가 장관과의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방문객들이 잇따랐다. 이에 스가 장관도 명함을 하나하나 건네면서 시종 미소를 지은 채 촬영에 응했다.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스가 장관을 향한 참가자들의 환호가 터진다. 그는 이런 자신의 인기에 대해 “이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다”고 기뻐하는 모습이다.

그는 평소 말수가 적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니 “스가 관방장관이 그렇게 기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봐서 놀랐다”고 말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많다. 스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 등에서 ‘포스트 아베’에 의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말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스가 장관은 자신보다 연하인 아베 총리에 대해 늘 경어를 쓰면서 예의를 다했다. 스가의 제안으로 작성된 각종 경제 성장전략은 아베 총리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지탱해 왔다. 이에 아베 총리는 스가 장관의 헌신과 기여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 총리가 공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새 연호 발표라는 일본 정부의 큰 무대를 스가 관방장관에게 맡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스가 장관은 이달 초 미국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했다. 그의 미국 방문이 주목받은 이유는 내정을 도맡아 온 그가 총리의 독무대인 외교에 나섰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체류 중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추들과 연달아 회담했고 유엔에서도 연설했다. 미국 측은 스가 장관을 아베 정권의 이인자로 두텁게 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포스트 아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자민당의 각료 경험자들이 그가 총리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먼저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2021년 9월)가 종료되기까지는 2년 이상 남았다. 앞으로 아베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실패나 스캔들로 인해 총리가 퇴진하게 된다면 스가 장관도 연대 책임자로 퇴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스가 장관이 총리 자리를 차지할 경우는 아베가 제1차 집권 시기와 마찬가지로 병으로 사임할 때에 한정된다는 얘기가 있다. 다음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의 가교 역할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럴 때도 아베 총리가 지금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총무회장이 총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한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총리가 된다면 그들은 소위 자민당 내 리버럴파이므로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관방장관이나 가토 가쓰노부 총무회장 같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사람이 총리가 되면 결국 ‘반(反)한국’ 정권이 다시 창출된다는 부담이 있다. 어쨌든 간에 포스트 아베 경쟁이 이제 본격화할 조짐이 있어 한국 측에서도 일본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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