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저물가가 장기화 추세다. 투자·소비수요 위축에 따른 초과공급이 원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화하면 산술적으론 경상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가능하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인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 지탱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유통 확대가 시급하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조언했다.
KDI는 22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경제동향’에서 “재정정책은 당면한 현안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수요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부 지출항목을 면밀하게 검토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은 낮은 물가 상승세와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해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는 가운데, 경제여건 변화에 충분히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KDI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4월 기준)까지 7개분기 연속 물가안정목표인 2%를 밑돌고 있다. 올 들어선 2개분기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특히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GDP 디플레이터는 당해연도 가격(경상가격)으로 계산한 명목 GDP를 기준연도 가격(불변가격)으로 계산한 실질 GDP로 나누고 100을 곱한 값으로, 우리 경제의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나타내는 거시경제지표다. KDI는 경제전망에 부록으로 수록한 ‘최근 GDP 디플레이터 변동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정규철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경기 부진에 따라 실질성장률이 축소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낮게 유지될 경우, 산술적으로 경상성장률도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경기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고,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추가적인 수요 위축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김현욱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선 실질적으로 경제주체가 느끼는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며 “경기를 추가로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에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정책에 있어선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정여력 확보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최근 상황을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낮은 물가 상승세가 장기간 유지되면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질성장률(올해 전망치 2.4%)이 잠재성장률(2.6~2.7%)을 밑도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숫자만 보면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내년에는 회복세를 보일 조짐이 있지만, 우리가 봤을 땐 (그 수준이) 하반기에 턴 어라운드(Turn around)하는 모습에는 못 미치지 않겠나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