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투자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체코와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줄인 반면, 대표적인 신흥시장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인도를 글로벌 승부처로 삼으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현대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1분기 인도 법인(HMI)에 투자한 금액(연구개발비용 제외)은 91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318억 원) 대비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가 1분기 인도법인에 투자한 금액은 해외법인에 투자한 총 금액(2325억 원)의 40%가 넘는다.
현대차는 인도에 ‘신차·공장 신증설·보완투자’ 등의 명목으로 올해에만 32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인도에 3376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 투자금액(2869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또한 1분기에 1237억 원을 인도에 투자했다. 기아차는 현재 인도 아난타푸르 지역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가 이처럼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연간 360만 대 규모로 2020년께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빅3’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직접 인도를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판매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최근 반등을 꿈꾸고 있는 미국 시장에 1187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차의 1분기 미국 투자액은 전년 동기(267억 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금액은 해외법인에 대한 총투자금액의 51%를 차지한다.
투자금액 증대는 현대차의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1분기 미국 SUV 시장점유율은 투싼과 싼타페 등 SUV 라인업 판매 호조에 힘입어 3.9%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싼타페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 후 연간 점유율 기준 최고치다.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팰리세이드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체코, 러시아 등에 대한 투자는 주춤한 양상이다.
체코법인에 대한 1분기 투자액은 28억 원에 머물렀다. 전년 투자액(94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러시아법인 투자액도 급감했다. 1분기 기준 러시아에 대한 투자액은 3년 연속(△2017년 201억 원 △2018년 52억 원 △2019년 10억 원) 감소 중이다.
애초 현대차는 러시아 정부와 특별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와 협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시설 증설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