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이다. 2009년 5월 23일,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림으로써 파란만장했지만 아름다웠던 62년의 삶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지던 7일 동안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에는 1000만에 달하는 조문 인파가 몰렸다. 애도의 물결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은 ‘지못미’를 외쳤다. 지못미!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라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마저도 죽음으로 증명한 대통령의 진실과 진정을 그제야 깨닫고서 ‘지못미’에 동참하며 1000만 인파에 달하는 애도의 물결을 이룬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로서 단 한 번도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평생을 학문에 힘쓰며 후학을 양성했던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 선생은 ‘우음(偶吟:우연히 읊조림)’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은 마치 호피(虎皮:호랑이 가죽)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살아 있을 때는 죽이려들다가 죽고 난 후에야 호랑이 가죽이 참 아름답다고 칭송하니까.(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卽欲殺之, 死後方稱美)” 펄펄 나는 기상을 가진 호랑이를 기필코 죽여서 가죽을 벗긴 다음에야 가죽을 쓰다듬으며 ‘가죽은 역시 호랑이 가죽이 최고’라며 칭송하는 사람의 심사가 인물을 죽이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슬픈 풍자를 담은 시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 국민들이 ‘지못미’를 외치며 그렇게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죽음을 택하게 한 데는 국민들의 책임도 있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우리는 바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지금 지켜드려야 할 누군가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내 몫’이라는 눈앞의 얄팍한 이익에 매몰되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며 진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인물을 또다시 지켜드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