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의사결정자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를 적기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한진, CJ, 부영,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하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OCI, 카카오, HDC, KCC 등 15개 중견그룹(11∼34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전문경영인(CEO)과 갖은 정책간담회에서 각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사례를 청취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 유도, 최소한의 영역에서 입법적 조치 등 세 기지 원칙에 따라 일관된 속도와 의지로 재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CEO들에게 일감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근절에 적극 나설 줄 것을 당부했다.
먼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경쟁의 부재(不在)는 대기업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고 혁신성장의 유인을 상실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경쟁 입찰의 확대 등을 통해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해 줄 것을 강조했다.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근절과 관련해서는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의 공정한 거래 관행 정착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혁신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의 근절을 위해 공정위는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재계의 요청이 있으면 오늘과 같은 자리를 다시 마련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정부와 재계 간의 상호 이해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