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홍콩 등 해외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미·중 무역 전쟁 충격에 울상을 짓고 있다.
투자자들이 무역 전쟁 격화에 중국 기업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매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ADR 주가를 종합한 ‘S&P/BNY멜론 중국ADR지수’는 이달 들어 15% 폭락해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와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 온라인 미디어 업체 시나 등 중국 주요 IT 기업들이 미국증시에서 주가가 각각 30% 이상 빠졌다.
중국 기업의 부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중국 업체가 상장한 홍콩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홍콩증시 상장 중국 기업 주가를 종합한 항셍중국기업지수(H주 지수)는 이달 10% 가까이 하락해 글로벌 주요 증시 벤치마크 중 가장 부진했다.
이런 부진한 성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고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들과 자국의 거래를 차단하면서 중국 자산이 받은 타격을 보여준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S&P/BNY멜론 중국ADR지수는 9개월 만의 최고치에 육박했고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분기에 10년 만의 가장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미·중 무역 전쟁 격화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글로벌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매니저와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MSCI는 최근 지수에서 중국 비중을 늘려왔다. 중국 기업들은 MSCI신흥시장지수의 이달 하락분 중 4분의 1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위안화 약세도 중국 ADR 투자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의 실적은 미국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그만큼 안 좋아지게 된다. 이달 들어 중국 상하이 역내위안화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5%, 홍콩 역외위안화시장에서는 2.8% 각각 하락했다.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역협상이 재개하려면 미국 측이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매우 위험한 기업이라고 지칭하면서 무역협상에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을 겨냥, 인위적인 통화 평가 절하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