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사하맨션'은 오답노트…'82년생 김지영'으로 자신감 얻었다"

입력 2019-05-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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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자간담회

▲조남주 작가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
▲조남주 작가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
"'82년생 김지영'을 쓸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배경과 방식으로 말씀을 해주실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소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사람들의 관심사를 모으고 사회적인 이슈와 소설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경험은 다음 소설을 쓸 때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사회 변화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이었어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한민국에 페미니즘 운동과 담론에 큰 영향을 기친 작가 조남주(41)가 신작 장편 '사하맨션'(민음사)으로 돌아왔다. '사하맨션'은 가상의 도시국가를 배경 삼아 사회 주류에서 버림 받고 배척 당한 소수자들의 삶과 싸움을 그린 소설이다. 홍콩의 슬럼 '구룡성채'가 모티브가 됐다.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 작가는 '사하'를 러시아 연방 산하 사하공하국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는 최저치인 영하 70℃를 기록한 적도 있고 더울 때는 영상 30℃를 넘기도 하는 곳인데, 세계 다이아몬드 매장량의 절반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짐작되는 이 공간이 소설 주제에 어울리는 상징성을 지녔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사하맨션'은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타락한 맨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30년 동안 맨션을 찾은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반품'되었거나 '반입'조차 불가한 '사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이곳으로 도망쳐 온 도경과 진경 남매를 중심으로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라, 거구의 젊은 여성 우미, 꽃님이 할머니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마주한 차별과 혐오를 돌아보게 한다.

"'82년생 김지영'이 밑그림을 그려놓고 차근하게 색칠을 했다면, '사하맨션'은 덧그리고 지우면서 완성한 '오답노트' 같아요.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2012년 3월인데, 이후 한국사회는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을 겪었어요. 공동체나 한국사회에 대한 의문과 공포, 반성 같은 것들을 적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보고 나의 풀이를 적어놓았죠. 글을 쓰면서 '우리는 지금 퇴보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정답인 줄은 모르겠지만, 7년 동안의 질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소설은 밀입국자와 노인, 여성, 아이,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 사하맨션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철저히 계급으로 나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케 한다.

'사하맨션'에는 페미니즘 외에도 소수자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녹아들었다. 낙태와 육아, 교육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냈는데, 특히 사하맨션 안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작지 않은 역할을 하는 할머니 얘기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보육의 역할을 떠맡은 노인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다.

▲조남주 작가.(사진제공=민음사)
▲조남주 작가.(사진제공=민음사)

조 작가는 "우리 사회가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기본적 삶을 누릴 수 있는 보호해주는 사회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소설을 고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한국사회가 겪은 일들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18개국에서 번역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출간 3개월 만에 13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페미니즘 작가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아요. 상관 없다는 마음과 부담된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요. 단지 누군가 해야 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직 여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은 많은 분들이 본인의 경험과 의견을 덧대어 완성된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쓰는 입장에선 쾌감이 있었죠. 이번 소설도 그렇게 확장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의 첨삭과 의견이 덧붙여져서 제가 몰랐던 다른 걸 발견하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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