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쓰지마"… 화웨이 韓 시장 공략 제동 걸리나

입력 2019-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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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5-2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우정사업기반망, 농협은행 망 고도화 작업·등 망이원화 사업에 사실상 화웨이 배제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미국이 우리정부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화웨이의 국내 시장 공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최초 5G 서비스개발센터(오픈랩)를 서울에 여는 한편, 국내 협력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당분간 영향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통신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우방국들의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화웨이코리아의 국내 시장 공략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와 농협은행이 각각 1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통신망 관련 발주를 내놨지만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을 수주해 이윤을 남겨야 하는 통신사로서는 유선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화웨이를 통신장비 업체로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발주처 입장에선 논란에 중심에 있는 화웨이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사들도 선뜻 화웨이를 채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 퇴출이 확산 되면서 30일로 예정된 우정사업본부의 우정사업기반망 회선서비스 사업자 선정이 1주일 연기됐다. 우정사업기반망은 본부와 전국 3500개 우체국 창구를 연결하는 업무·서비스 망을 이원화하는 데 약 13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이후 공공기관 금융권을 중심으로 통신 재난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망 사업자 이원화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추후 관련 사업 수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국내 이통 3사가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본 관계자는 “단순히 화웨이 때문에 연기된 것은 아니고 조달청에서 공모를 하면서 공고 문구를 수정하기 위해 수정공고가 들어갔다. 이로 인해 다음달 4일로 입찰 마감일이 연기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공모 평가 항목에 중소기업 배점을 크게 늘리면서 사실상 화웨이 장비 입찰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우본 관계자는 “국제 입찰이다 보니 화웨이를 제한한다는 문구를 넣지는 않았지만, 평가 항목에 중소기업 육성에 5점을 배점한 만큼 국내 통신사가 화웨이를 장비 업체로 선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우본 측은 국내 이통 3사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 달라고 전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2일 조달청 평가가 마무리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 13일 우본 측에 최종 통보될 예정이다.

수주에 뛰어든 이통 3사도 화웨이 장비를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국의 반 화웨이 전략이 우리정부를 압박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망 이원화 사업 관련 발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유선시장 1위 업체인 화웨이를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을 써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본에 이어 농협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꺼리고 있다. 농협은 최근 1200억 원 규모의 영업점 금융망 고도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 앞서 농협은 지난해 11월 이 사업을 위해 KT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본계약 체결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9월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KT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사라진다. 농협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KT가 장비사업자로 화웨이를 택했기 때문이다.

농혐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우선협상 대상자를 변경하는 것과 기존 KT와의 계약 연장 유무, 앞으로의 계획 등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를 직접적으로 꼬집는 대신 화웨이를 채택한 KT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재검토 의사를 비쳤다.

그는 “지난해 KT 아현 화재 발생 이후 정부에서 이중망을 사용하라며 새로운 법을 발의했다”며 “지난해 선정 환경 그대로 밀고 가기엔 상황이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농협은 추가 검토릍 통해 오는 8~9월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통신 업계에선 농협이 KT-화웨이 컨소시엄 대신 국내외를 막론한 다른 업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 측은 “아직 협의 중인 사항이고,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국내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소재 부품 규모만 106억5000만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이날 한국화웨이는 국내 시장서 거래 기업과의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예정대로 오픈랩을 열었다. 오픈랩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화웨이 코리아 사옥 안에 만든다. 화웨이는 랩 개소와 운영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화웨이는 중국과 유럽·중동 대신 한국을 ‘5G 전초기지’로 선점하면서 국내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는 개소식 하루 전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5G 오픈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로 했지만,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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