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노동경직성이 끌어내린 국가경쟁력

입력 2019-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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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가운데 28위로 작년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IMD는 매년 경제성과와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의 20개 부문, 235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각국의 경쟁력 순위를 산정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경제성과에서 올해 27위로 작년(20위)보다 크게 하락했고, 정부효율성이 29위에서 31위로, 인프라도 18위에서 20위로 후퇴했다. 기업효율성 분야만 43위에서 34위로 높아졌다.

성장률과 수출, 투자, 고용 등 핵심 지표들이 크게 악화하면서 경제성과가 추락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로 역성장했고, 수출과 투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효율성에서도 재정과 조세정책, 제도적 여건, 기업 규제 등의 순위가 모두 하락했다. 최저임금 과속인상 등의 부작용을 막고 공공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규제는 작년 47위에서 50위로 더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노동개방성은 61위로 거의 꼴찌였다.

인프라 분야 경쟁력 하락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과학인프라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연구인력 확대 등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3위)이다. 하지만 외국어 능력과 대학교육의 사회수요 적합성이 떨어지고, 이동통신 가입자 비율 하락으로 교육 및 기술인프라가 나빠졌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아시아권에서도 하위로 처지고 있다. 1, 2위에 오른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14위), 대만(16위)은 말할 것도 없고, 말레이시아(22위), 태국(25위)에도 밀렸다. 경제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수출 부진, 투자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경쟁력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인 것은 이번에도 거듭 확인됐다. IMD와 함께 세계경제포럼(WEF)의 경쟁력 평가에서 해마다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주로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외국인 고용의 용이성, 고용 및 해고관행 등이 바닥이다.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투자를 막고 경영부담을 늘리는 규제 또한 만연한 상태다.

정부는 6월 중 민관합동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를 열어 경제활력 제고와 경제체질 개선 등을 통한 경쟁력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최우선 과제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규제혁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친(親)노동 일변도로 기울어진 정책기조의 전환을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규제혁신 또한 늘 강조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도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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