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첫 관문 통과…남은 3가지 과제

입력 2019-05-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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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현장실사 및 기업결함 심사, 주총 무효화 외치는 노조 설득도 관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관문인 물적분할에 성공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현장실사를 마무리하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도 본격 추진한다. 분할 과정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 노조와의 관계도 풀어야할 숙제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이 결의됨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점거농성에 따라 애초 예정했던 주총장(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울산대 체육관으로 급히 바꿔 임시주총을 마무리했다.

의결권 주식 7071만4630주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고,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사실상 만장일치다.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중공업)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중공업)

◇현대重지주가 신설 한국조선해양 지배=이날 주총에서 분할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완전자회사인 '현대중공업'(분할법인)으로 나뉜다.

분할방식은 존속법인이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을 유지하고 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이 된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한국조선해양이 △신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개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여기에 최종 인수를 마무리하면 △대우조선이 포함되는 방식이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 간 주식교환, 유상증자 등을 거쳐 대우조선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날인 31일 오전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날인 31일 오전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 현장실사와 기업결합 심사 추진=절차상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아직 실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부터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에 나섰지만 노조 반대 탓에 현장실사를 하지 못했다.

이날 주총 결의를 마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달 둘째 주까지 대우조선에 대한 현장실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실사 이후에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 제출한다. 기업결합심사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을 통과해야 한다. 초거대 조선사의 탄생이 독점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총 전 글로벌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잇따라 이번 분할계획서 승인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과 공정거래에 관련된 각국의 입장이 상반될 수 있는 만큼, 사측은 남은 기업결합 심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만일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아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이날 승인된 회사분할은 유효하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 시장 20% 차지하는 초대형 조선사=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지면 수주 점유율 20%가 넘는 초대형 조선업체가 등장한다.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국내 업체간 출혈수주가 사라지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의 사업 부문으로 구성되며 본사는 울산에 둔다.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한 기술중심회사로 운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울산 지역사회의 ‘본사 이전’ 반발에 대해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은 생산 뿐 아니라 영업과 설계 등 기존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서울사무소와 중앙기술원(성남)에 있는 인력 500여명으로 구성되는 반면, 울산에는 총인원 1만4000여 명이 근무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노조 등이 제기한 부채 7조 원을 떠넘긴다는 주장에 대해 “분할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 관련성이 있는 부채를 각각 승계하는 것”이라며 “부채 가운데 3조1000억 원은 선수금과 충당부채로 재무구조 악화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분할 전 7조2215억 원인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 원, 현대중공업에는 7조576억 원으로 각각 승계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산은, 대우조선 지분 전량 현물출자=현대중공업은 이번 물적분할로 초대형 글로벌 조선업체로 도약에 한 단계 가까워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데 이어 3월에는 본계약을 마쳤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번 물적분할로 신설된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6%)을 현물출자한다.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약 7%(609만9569주)와 우선주 911만8231주(1조2500억 원 어치)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가해 1조2500억 원을 투입하고 한국조선해양은 다시 대우조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이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모든 절차를 매듭지으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조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린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난다.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국내 3사의 출혈 수주가 사라지면 수익성이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애초 예정된 주총장을 가로 막은 노조원 탓에 관계자들의 현장 진입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애초 예정된 주총장을 가로 막은 노조원 탓에 관계자들의 현장 진입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금속노조 극렬 반발 “절차법 위반으로 주총 무효”=노조 반발 등은 여전히 변수다.

당장 이날 장소를 급하게 옮겨서 임시주총을 개최한 것을 두고 금속노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날 주주총회가 마무리되자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로 봄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주주총회는 모든 주주에게 참석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유효한 개최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에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어도 시간과 장소는 충분히 사전에 고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원의 이같은 해석을 앞세워 노조의 극렬한 반대, 나아가 총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분할에 반대해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까지 나흘째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이어 이날 주총이 예정됐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는 등 극렬히 반대해 왔다.

금속노조 각 지부와 지회는 교섭을 중단하고 전체 확대간부와 조합원은 현대중공업 주총 저지 투쟁에 총력 결집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마저 현대중공업 주총 저지 총력 연대투쟁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개장식 후 기자들과 만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결정된 것이므로 (대우조선 인수가) 그대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현대중공업이 고용관계를 승계하고 단체협약도 이어받겠다고 약속했으므로 그런 측면을 노조가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 역시 이날 “물적분할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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