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ㆍ운영해 의료법을 위반했더라도 자격을 갖춘 의사의 의료행위까지 부당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안산튼튼병원장 안모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 지급보류 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안산튼튼병원은 실제 소유주인 의사 박모 씨가 2008년부터 개설해 운영하던 곳으로 안 씨는 2012년 8월부터 단독명의를 넘겨받았다.
박 씨는 안산을 시작으로 2013년 11월까지 일산, 안양, 대구, 제주 등지에 안 씨처럼 고용한 의사 명의로 튼튼병원을 순차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다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1인1개소법 위반 혐의로 기소 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수사 당시 건보공단에 안산튼튼병원이 이중 개설ㆍ운영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통보했다. 안 씨는 건보공단이 이를 이유로 2014년 1월부터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리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은 1인1개소 규정을 위반한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만 지급하게 돼 있다.
1, 2심은 "박 씨가 고용한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한 만큼 개정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는 건보법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보법, 의료법은 요양급여와 의료혜택 등 각각 규정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나 규율 대상이 다른 만큼 두 법률을 같이 해석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건보법에서 정한 의료행위를 실시했다면 1인1개소 규정을 위반한 사정만으로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하거나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갖춘 안 씨가 자신의 명의로 개설허가를 받은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후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면 1인1개소법 위반 사유로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